尹 모교 동문회 “미우나 고우나 충암의 아들, 수고하셨다”

"공직 수행한 동문에 대한 기록 차원의 게시"
정치적 해석에는 선 그어...그럼에도 논란 多
결국 삭제...동문회 논란 이번이 처음 아냐
  • 등록 2025-04-18 오전 6:51:28

    수정 2025-04-18 오전 6:51:28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모교인 서울 충암고의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로 탄핵된 대통령’인 그를 “충암의 아들”이라고 칭하며 업적을 기리자는 취지의 글이 최근 게시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17일 충암고 총동문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충암의 아들 윤석열(8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은 지난 15일 ‘포커스 충암인’ 게시판에 등록됐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 김민배 전 TV조선 대표이사 등 충암고 동문 36명의 업적을 소개하는 글도 함께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물은 ‘총동문회 홈페이지 총관리자’ 명의로 작성됐다. 총관리자는 “윤석열(8회) 동문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2022년부터 약 3년간 국가를 대표하는 공직을 수행했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셨으며,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복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충암고 총동문회는 공직을 수행한 동문에 대한 기록 차원의 게시를 통해 충암인으로서의 족적을 남기고자 한다”고 적었다.

문제는 객관적인 역사 기록이라기보다 사실상 ‘칭송’, 최소한 ‘위로와 격려’의 뉘앙스가 담겨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총관리자는 “윤석열 동문에 대한 평가는 향후 역사의 몫이겠지만,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의 자리에 있었던 충암인의 여정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길이 순탄했든 험했든, 그리고 미우나 고우나 그는 충암의 아들임에 분명하며, 그 이름은 학교의 역사 속에 남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수고하셨습니다.’ 국가의 대표로 살아간 시간은, 그 자체로도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는 별개로,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글을 올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논란 가능성을 의식한 듯,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총관리자는 “본 게시물은 특정 정치적 입장이나 헌법재판소 판단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지 않으며, 동문 개인의 공직 이력에 대한 기록 및 예우의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충암고 총동문회 홈페이지 ‘총동문회 동정’ 게시판 속 ‘포커스 충암인’ 코너에 올라온 ‘충암의 아들 윤석열 대통령’ 게시글. (사진=충암고 총동문회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반응은 싸늘하다. ‘게시글 취지에 동감하지 못하겠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충암고 동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총동문회가 내란에 동조한다”, “동문회가 파면된 대통령을 옹호한다”는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확산하자 총관리자는 같은 날 별도 글을 통해 해당 게시글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을 평가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었다. 단지 공직 이력을 기록하는 형식적 차원의 게시물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러나 많은 동문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날카로운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특히 내란 음모 및 불법 계엄 논란과 관련하여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에 대해 총동문회 명의로 예우적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이 올라간 것은 결과적으로 충암 공동체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총동문회는 이를 비공개 처리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관련, 충암고 총동문회의 부적절한 게시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도 총관리자는 동문회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문장을 포함한 글을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충암고가 어떤 학교길래 이런 졸업생들이 나왔느냐’는 항의 전화를 이틀간 120~130통 받았다”며 “아이들은 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조롱을 받고, 선생님들은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런 사람들이 국가를 이렇게 만드냐는 성난 표현을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충암고는 윤 전 대통령(8회)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7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12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17회)의 모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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