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JFS· 공동설명자료)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대미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고,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충족 차량의 연간 5만 대 수입 제한이 폐지됐다. 대미 관세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산 차량의 유입 장벽도 사라지면서 업계에선 안전기준 충돌과 시장 경쟁구도 변화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우려는 더 큰 상황이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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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자동차 분야 규제 조정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공동성명자료에 따르면 FMVSS 인증 차량의 수입 쿼터였던 5만대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미국 내 안전기준으로 제작된 차량은 국내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국내 배출가스 인정 시에 미 환경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를 그대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행정상의 부담을 덜어줬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재 매년 미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가 모든 제작사를 합쳐도 5만 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완화 조치에 따른 우리 자동차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산 차량 진입 장벽을 스스로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안전기준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조사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 허용됐지만 2018년 한미 FTA 개정으로 5만대로 확대됐고, 이번 한미 관세협상 결과로 연간 대수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산 차량 유입 증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테슬라의 판매 호조에 올 들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량과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올해 1~7월 미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3만2069대를 기록해 수입차 판매의 19.4%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중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 비중은 2019년까지 9%대로 한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2020년 12.1%로 증가했고, 2024년 15.1%를 나타내며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 | 테슬라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통해 국내 실도로를 시험주행하는 모습.(사진=테슬라코리아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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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테슬라의 FSD 도입 가능성도 업계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소다. 테슬라코리아가 자사 ‘X(옛 트위터)’에 ‘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는: 한국, 커밍 순(Coming soon)’이라는 게시물을 게재하며 FSD 차량 국내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해 규제·검증 기준이 엄격한데, 미국 기준으로 만들어진 FSD 차량이 대규모로 들어올 경우 자율주행 기능의 법적 허용 범위, 무선 업데이트(OTA) 관리, 사고 책임 문제 등 복잡한 쟁점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FMVSS와 국내 자동차안전기준(KMVSS)은 구조·전자장비·자율주행 관련 규정에서 차이가 있어 그대로 국내에 들여올 경우 검증 절차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대량 수입이 이뤄지면 국내 안전성 평가 체계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테슬라가 차량 안전진단 정보 제공을 거부했던 사례처럼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 의무화나 자율주행 안전 기준 등을 거부하고 충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판매한 자동차에 대해 강제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부분에서 충돌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