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이익 늘어난 은행, 성과급 200% 지급…눈총 받을까 '조심'

국민·신한·농협은행, 성과급 180~200% 지급 합의
영끌·빚투 수요에 대출 증가, 순이익 증가에 영향
  • 등록 2021-01-24 오후 2:37:57

    수정 2021-01-24 오후 2:37:57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대출 급증 등의 영향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 힘입어 180~2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한파로 상당수 기업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권은 성과급과 임금 인상이 자칫 사회적 눈총을 받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노사가 차례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4개 은행 노사 모두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앞서 합의한 1.8%를 받아들였다. 1.8%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2%)보다 0.2%포인트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들의 보너스가 오히려 더 두둑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마다 ‘보로금’ 등 명칭에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이 10%포인트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예를 들어 월 기본급이 700만원 정도를 받는 은행원은 성과급으로 1400만원 정도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80% 가운데 30%는 3월께 주식 형태로 지급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특별보로금 200%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이 전년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임단협을 타결한 우리은행 노사의 경우 특별상여금 수준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뒤 지급 여부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특별퇴직금이 전년의 최대 27개월치 평균 임금에서 36개월치(관리자급은 27~33개월치)로 늘었고, 농협은행의 특별퇴직금도 1년 사이 최대 20개월치에서 28개월치로 증가했다.

은행권이 임단협에서 성과급 조건을 타결하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업종 연간 순이익은 15조원으로 전년보다 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경기 악화 속에서도 은행들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100조5000억원 늘어 증가율이 5년만에 두자릿수(10.2%)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 수준은 전년과 비슷하고, 일부 격려금 등이 늘어난 부분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창구에서 재택근무 없이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위로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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