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우왕좌왕해도, 中 로봇 마라톤이 보여준 기술 굴기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들이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사람이 러닝하듯 가볍게 뛰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있지만 출발선에서 넘어지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로봇도 속출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톈궁 울트라가 출발선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19일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일반 참가자들과 로봇이 함께 뛰는데 로봇은 하프 마라톤까지만 별도 트랙에서 시작한다. 당초 지난 1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베이징 현지 강풍 주의보로 개최 시기가 밀렸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유니트리(위수커지) 등 총 21개 팀이 참가했다.

올해 춘제(음력 설) 연휴 때 인간 무용수와 함께 갈라쇼에서 무용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던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높이가 180cm로 가장 크고 최고 시속 12km를 자랑한 톈궁의 ‘톈궁 울트라’, 베이징과학기술직업대학팀이 만든 75cm 높이의 ‘작은 거인’은 등 다양한 로봇들이 등장했다.

대회는 하나의 도로를 나눈 두 개의 트랙에서 진행됐는데 한쪽 트랙에선 인간 참가자 9000여명이 달렸고, 다른쪽은 예선을 거쳐 올라온 21개 팀의 로봇 21대가 달렸다.

대회가 시작하자 로봇 옆에는 보조원들 서너명이 붙어서 로봇 주변으로 뒤따라갔다. 톈궁 울트라는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주변의 부축 없이 천천히 달려나갔고 G1은 잠시 방향을 잘못 잡아 관중석으로 향했지만 보조원 도움으로 주행을 이어갔다.

출발선에는 배 모양의 모형을 타고 여러개의 프로펠러를 단 건담 형태의 로봇이 등장하기도 했다. 선눙로봇이 내놓은 이 로봇은 공기 역학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출발선 50m도 가기 전에 넘어져 파손을 입었다.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로못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 로봇이 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로봇들은 베이징난하이쯔공원 남문에서 출발해 퉁밍호 정보센터까지 21.0975㎞를 달렸다. 코스에는 평지, 경사로, 좌회전, 우회전 도로가 섞여 있어 로봇 달리기 성능을 시험했다.

제한 시간은 3시간 30분이며 경기 중 로봇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배터리는 제한 없이 교체할 수 있지만 로봇을 바꾸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1등을 차지한 로봇은 톈궁 울트라로 하프 코스 결승점을 2시간 40분 42초만에 통과했다. 톈궁측은 로봇이 3~4번의 배터리 교체를 진행했으며 교체는 3~4분 내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1~3위 팀에는 3000~5000위안(약 58만~97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완주상, 최우수 지구력상, 최고 인기상 등 특별상도 준다.

처음으로 열린 이번 로봇 마라톤 대회가 일부 엉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직접 다양한 코스의 장거리 마라톤을 달렸다는 점에서 중국의 로봇 기술 굴기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러한 기술 발전은 더 광범위한 산업 모멘텀과 맞물렸다면서 중국의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 시장은 올해 52억9500만위안(약 1조300억원)으로 전세계 약 27%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전세계 약 50%인 82억3900만위안(약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톈궁의 시옹 요우쥔 최고경영자(CEO)는 “이버 대회는 이정표가 되는 작업이며 매우 기쁘다”면서 “오늘 본 로봇의 이동 능력의 작은 부분일 뿐 더 혁신적인 기술과 응용 시나리오는 나중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