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남아공 백인'에 집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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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대통령에 '백인 학살' 추궁한 트럼프
외교 결례 모자라 왜곡된 사진 들이밀어
'유색 인종에 밀려난 백인 피해자' 관념
백인 보수 유권자 '백인 대체' 공포 자극
  • 등록 2025-05-24 오전 7:00:00

    수정 2025-05-24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농민 사태를 문제삼아왔다. 지난 3월에는 주미 남아공대사를 추방하는가 하면, 이달에는 전세계 난민 수용을 중단한 가운데 남아공 백인만을 난민으로 수용했다. 21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직접 ‘백인 박해’를 추궁하고 나섰다. 급기야 콩고 내전 사진을 남아공 백인 박해의 증거라고 들이밀기도 했다.

트럼프는 왜 남아공 백인에 집착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남아공 정상회담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이라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은 남아공과는 무관한 콩고 내전 상황을 담은 사진이었다.(사진=AFP)
‘백인이 흑인에 차별 당하는 사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백인층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을 이용해 백인이 미국의 주류에서 밀려나고, 언젠가는 유색 인종에 의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보수 백인 유권자들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남아공의 정치 권력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 종식 이후 흑인 다수에 넘어갔으나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다. 전체 인구의 7%인 백인이 남아공 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인구 가운데 81%를 차지하는 흑인은 여전히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토지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백인 농장주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대학살’과는 거리가 멀다. 남아공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아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만6000여건 가운데 농장 관련 살인사건은 1% 미만인 44건이다. 그 중에서도 농장주를 대상으로 한 사건은 8건에 그쳤다.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남아공 농장에서 살해된 225명의 희생자 가운데 101명은 농장에 고용돼 일하는 전·현직 노동자로 대부분은 흑인이었으며, 53명은 백인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을 두고 ‘백인이 흑인에게 박해받는 나라’라는 서사를 구성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사를 미국 백인 보수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사실상 ‘당신이 주인이던 나라에서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남아공 출신의 백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백인이기 때문에 남아공에서 스타링크 사업을 허가받지 못했다며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는 취임 직후 연방 정부의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연방 기관의 DEI 관련 부서를 폐지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다양성·다문화 존중 문화가 확산하고 정치적 올바름(PC)이 강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백인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다.

남아공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리처드 포플락은 22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남아공의 사기극이 백악관에 상륙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남아공에선 아파르트헤이트의 서사를 뒤집고 과거 억압자들을 피해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비일비재하다”며 “백인 아프리카너들을 역차별의 피해자, 심지어 표적이 된 대량 학살의 피해자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백인 대체 음모론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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