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남아공 백인에 집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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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정치 권력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 종식 이후 흑인 다수에 넘어갔으나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다. 전체 인구의 7%인 백인이 남아공 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인구 가운데 81%를 차지하는 흑인은 여전히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대학살’과는 거리가 멀다. 남아공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아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만6000여건 가운데 농장 관련 살인사건은 1% 미만인 44건이다. 그 중에서도 농장주를 대상으로 한 사건은 8건에 그쳤다.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남아공 농장에서 살해된 225명의 희생자 가운데 101명은 농장에 고용돼 일하는 전·현직 노동자로 대부분은 흑인이었으며, 53명은 백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는 취임 직후 연방 정부의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연방 기관의 DEI 관련 부서를 폐지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다양성·다문화 존중 문화가 확산하고 정치적 올바름(PC)이 강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백인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다.
남아공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리처드 포플락은 22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남아공의 사기극이 백악관에 상륙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남아공에선 아파르트헤이트의 서사를 뒤집고 과거 억압자들을 피해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비일비재하다”며 “백인 아프리카너들을 역차별의 피해자, 심지어 표적이 된 대량 학살의 피해자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백인 대체 음모론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