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힘내세요” 용산 감싼 화환 2000개 철거된다

한 달 넘게 방치되며 뒹굴고 썩어 흉물 돼
관리 주체 없어 관할 구청 난색
지속적인 민원에 법적 검토 마친 후 철거 결정
  • 등록 2025-01-20 오전 9:34:59

    수정 2025-01-20 오전 9:34:59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대통령실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화환 2000여개의 철거 작업이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원화환이 쓰러져 있다. (사진=뉴스1)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까지 이태원로 약 1.3㎞ 구간에는 윤 대통령 응원 화환이 2000여 개 놓여 있다. 이 화환은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 시도하던 지난달 초부터 놓이기 시작했고,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생일을 맞아 급증했다.

길거리를 가득 채운 화환 행렬에 시민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한 달 넘게 방치된 화환은 시든 꽃이 썩어가고 있거나 길에 쓰러져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다.

그러나 화환 관리, 철거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보니 관할 구청, 기관들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는 지난 8일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해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녹사평대로 인근에 내걸었다가 하루 만에 철거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보고 계통에 혼선이 있었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고민이 있어서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태원로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화환 시위와 인연이 깊다. 화환시위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바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이 갈등을 빚었던 2020년 10월 무렵이다.

당시 이 둘은 언론사 고발사주 사건,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11월엔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 갈등은 두 사람을 넘어 여야 간의 갈등으로 크게 번졌다.

당시 화환 시위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한 쪽은 일부 시민단체와 관련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대검찰청 앞으로 윤 전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을, 정부 과천청사 앞으로는 추 전 장관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을 보내며 시위는 물론 철거과정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 화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분들 뜻을 생각해서 해야 될 일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용산구청 측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철거 관련 민원에 따라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해당 화환을 ‘불법 광고물’로 보고 순차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집회 신고가 돼 있는 경우 집회 물품을 비치할 수 있지만 해당 장소에는 집회 신고가 돼 있지 않다.

방대한 양을 고려해 녹사평역 인근의 일부 구간부터 철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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