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일명 ‘착한 임대료’ 정책을 내놓으면서 취지와 달리 건물주와 임차인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 발표 이후 자발적이던 임차료 인하 릴레이가 ‘반 강제적’ 성격을 띠게 됐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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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료’ 정책이 발표된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료 인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임차인은 “어려운 시기인데다 정책까지 나왔으니 임대료를 깎아달라”는 입장인 반면 임대인은 “의무가 아닌데다 세 혜택을 받아도 손해다”며 맞서는 분위기다.
서울 서남부권에서 상가를 보유한 한 임대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없어 힘든 것은 알지만 건물주가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 않느냐”며 “무작정 임대료를 깎아 줄 처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깎아 주면 ‘나쁜 건물주’로 낙인찍힐까 고민이다”고 했다.
반면 임차인들은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 광명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 모(46) 씨는 “정부에서 임차료 깎으라고 정책까지 냈는데 건물주가 임차료를 깎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뚝 끊겨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상황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물주는 ‘정부서 임대료 할인액의 50%만 보전해주는데 오히려 손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오는 6월까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에게 소득세·법인세를 감면(인하액 50% 대상)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임차인의 임차료를 내리는 임대인에 대해 소득, 인하 금액과 상관없이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정책에 허점이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 혜택을 할인한 임대료의 50%만 주는 것이 아닌 100% 혜택을 줘도 임대인의 임대료 인하를 유인하기 어려운데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 릴레이가 시작되는 와중에 설익은 정책이 나와 오히려 반감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도 안 된 ‘착한임대료’ 정책
임대·임차인 간 신경전 속에서도 임대료 인하에 참여하는 임대인들은 크게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임대료 인하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들이 794명, 1만1311개 점포(3월2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대폭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0일 기준(137명) 보다 480% 늘었다.
다만 임차료 인하분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어 임대인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착한임대료 정책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 입법 사안이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3월17일) 내 법안처리를 하겠다는 목표지만 아직 법안(의원입법) 발의조차 안 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부안은 관련법이 통과된 이후 시행령을 통해 정해지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며 “임대료를 내린 임대인은 임차인과의 계약서나 입금내역 등을 증빙자료로 보관해 두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