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부 분열로 인해 그의 공약을 담은 감세안 처리가 지연될 위기에 처하자 하원 공화당 강경파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20일(현지시간) 연방 의사당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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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비공개로 열린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 이른바 ‘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강경파를 향해 추가 수정을 압박하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욕설을 의미하는 ‘F-단어’를 사용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Don‘t fxxk around with Medicaid)”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참석 전후 기자들에게 “이 법안은 어떤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삭감하지 않는다”면서 “단지 낭비, 사기 및 남용을 삭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역사상 가장 큰 감세안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이 68% 인상될 것”이라면서 “그들(반대파)들은 더 이상 공화당원이 아닐 것이다. 빠르게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된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약속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단계적 폐지 등도 포함한다.
법안은 지난 18일 1차 관문인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통과해 하원 운영위원회 및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오는 26일부터 의회가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나 공화당 내 첨예한 의견 차이 등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연방 지출을 더 빠르고 크게 줄이길 원하는 강경파와 메디케이드 삭감을 막으려는 온건파, 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SALT·State And Local Tax) 공제 상한을 높이려는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성향의 지역) 기반 의원들이 맞물려 갈등을 겪고 있다. △IRA 단계적 폐지 △SALT 공제 상한 인상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시행 시점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반대파들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의석 구조상 하원에서의 처리가 쉽지 않다. 하원 435석(공화 220석 ·민주 213석·공석 2석) 중 공화당은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압박에도 공화당 내 반대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공화당 내에서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해리스 하원의원(메릴랜드)은 “대통령은 이 법안이 현재 적절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확신시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ALT 공제 상한 상향을 추진하는 온건파 마이크 롤러 의원(뉴욕)도 “대통령으로 인해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