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동료들은 A씨가 그만두는 것을 만류했지만 결국 직장을 떠나고 말했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강선우 의원이 지명된 후 ‘갑질 논란’이 불거졌지만 감독 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힌 법 적용 제외’로 종결처리된 것을 보면서 보호받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A씨는 “그만둔 게 최선의 선택이자 나름의 방어였다”고 했다.
소위 ‘갑질’에 우리 사회 곳곳이 멍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인 박나래가 전 매니저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오며 사회 곳곳에 숨은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와 회사에서도 갑질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상사 등으로부터 폭언과 업무 외 지시, 폭행까지 경험한 적 있는 피해자들은 “갑질을 당했다는 인정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 모든 피해를 내가 떠안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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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갑질은 생활 주변에서도 만연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B(62)씨는 지난 7월 입주민 이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아파트 밖에서 술을 마시며 소란 피우던 이씨를 제지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이씨의 폭행으로 B씨는 코뼈와 새끼손가락이 골절됐지만 ‘입주민과 생긴 문젠데 어떻게 끝까지 가겠나’는 생각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 논란이 연거푸 문제가 되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경비원 괴롭힘을 방지하는 내용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포함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법적으로 보호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2년째 대기업에 다니는 장모씨는 상사로부터 “못생겼다”, “뚱뚱하다”며 업무와 관계없는 외모 지적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수습 기간에 실수를 하면 공개적으로 “개XX” 등 욕설을 듣는 모욕감도 견뎌야 했다. 장씨는 “주변에선 가해자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듣고 넘기라고 한다”며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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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규직이 아니거나 법적으로 ‘근로자’도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는 법적 보호를 받기 더욱 어렵다.
대학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 한 전남대 대학원생은 교수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학원생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 괴롭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위 지도교수 등으로부터 갑질을 당해도 고발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갑질 피해의 인정과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 일을 그만두거나 업계를 떠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 되는 셈이다.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한 C씨도 메인 PD의 말 한 마디에 당일 해고를 당했지만 항의도 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 그는 “증거도 없었고, 증거가 있어도 프리랜서인 내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지적한다.
심준형 노무사는 “고용노동부에 소위 직장 내 갑질로 신고해도 피해인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사용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도 사내 조사를 명령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진아 노무사는 “노동청에서는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인정이 아주 보수적이라 폭넓게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보다 뒤처진 상황”이라고 했다. 또 신고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증거가 없다면 신고자만 허위 신고자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신고를 주저하게 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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