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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을 잇는 유일한 해상통로로 매일 2000만배럴의 석유 및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세계 석유의 20%가 이동하는 곳이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동 국가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이는 국제규범 위반일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중동 산유국 고객들의 경제이익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경우 반대로 이란에 대한 압박에 들어갈 수 있다.
석유 공급이 크게 축소될 것이란 전망에 지난 13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선물과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물은 모두 7%대 상승했다. 이스라엘 공습 직후에는 14%까지 상승하는 국면도 있었다. 이번 급등은 2022년 3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률로,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 모두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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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지난 11, 1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었다. 이번 물가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해방의 날(4월 2일)이 물가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다만 아직 기업들이 재고 축적과 자체 비용 부담을 통해 관세 영향을 소화하고 있는 데다가 그동안 안정세였던 유가가 급등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수입업체들의 재고는 이르면 7월 소진될 수 있으며, 미국인들이 여행, 캠핑 등으로 자동차로 이동을 많이 하는 ‘드라이빙 시즌’이 9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재닛 예런, 제롬 파월에 이르기까지 3명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게 자문을 해온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원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으로 인해 유가가 크게 상승하고 불확실성과 신뢰도가 더욱 흔들리는 상황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종종 소비자와 기업을 충격에 빠뜨리는 어떤 사건과 함께 시작된다”며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