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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기도로 112에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11만1939건으로 5년 전인 2020년(9만5716건)보다 16.9%(1만6223건) 증가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9만5716건이던 자살 기도 접수 건수는 2021년 10만7511건, 2022년 11만2465건, 2023년 12만747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살 기도 사건은 경찰과 소방이 합동으로 출동해 경찰은 자살 기도자와 접촉해 설득을, 소방은 구조 조치를 진행한다. 경찰에서는 1차적으로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이 출동하고 자살 기도가 장기화될 경우 경찰서 형사과나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이 추가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자살예방센터에 연락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24시간 인력 투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초동 대응을 하는 지역 경찰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강남 지역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A 경장은 “가이드라인이 있겠지만 현장에 적용하긴 어렵다”며 “우리 한 마디에 그분이 자살을 결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차라리 현장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살 기도가 많은 한강다리 인근에서 오랜기간 근무했던 B 경감은 “최대한 라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경험이 없다보면 얼어붙기 마련”이라며 “투신을 막지 못해 경찰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후배들도 많이 봤다. 시스템이 아닌 개인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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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살기도자 특화 전문요원으로 활동했던 C씨는 교육 전후가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C씨는 “기존에는 단순히 경청하고 감정에 호소했다면 교육을 받은 후에는 대상자와 라포 형성을 위한 방법부터 협상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등 자살기도자를 단계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위기협상은 생소해 관련 교육도 많지 않다.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초경찰서와 같은 자살 기도자 특화 전문요원 양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지방청마다 전문요원이 있지만 워낙 많은 상황이 발생해 모든 현장에 가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서초서의 사례가 합리적인 만큼 충분한 지원을 통해 치안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지구대·파출소에 자살 기도자 특화 전문요원 1명씩은 배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