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브랜드를 다 안고 가기 보다는 잘 팔리는 효자브랜드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1년 동안 100개에 가까운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중단하면서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팔고 또 팔았다’…65개 브랜드로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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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P&G가 2012년부터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특히 래플리 CEO는 지난해 8월 실적이 부진한 100개가량의 브랜드를 정리하고 70~80개의 핵심 브랜드만 가져가겠다는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당수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사업을 접었다. 비누 브랜드인 카메이와 제스트 지분을 유니레버에 팔았고 전 세계 배터리 시장 1위인 듀라셀 배터리 사업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에 넘겼다. 애완동물용 사료 사업은 마르스에 팔았다. 표백제, 자잘한 향수 브랜드와 헤어케어 브랜드 등도 정리했다.
이번에 43개 뷰티 브랜드 매각으로 비핵심 브랜드 정리는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P&G는 최종 10개 카테고리, 65개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면 관리가 수월하고 좀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도 강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브랜드의 세전 이익률은 전체 이익률보다 2%포인트 높았다.
존 묄러 P&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G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60%를 정리해도 매출은 85%, 수익은 95% 보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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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뷰티브랜드 대거 매각은 래플리 CEO에게 뼈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이 일군 사업을 스스로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9년 자신이 직접 후계자로 지명한 밥 맥도널드에게 지휘봉을 내주고 물러났다. 맥도널드에겐 시기가 좋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소비부진이 이어지면서 P&G도 어려움에 처한 것.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계획에도 P&G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유니레버에 시장을 조금씩 내줬고 새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신흥국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P&G 이사회는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의 맥도널드 해임 요구에 두 손 들고 래플리에게 SOS를 쳤다. 4년 만에 P&G를 살리기 위해 복귀한 래플리는 완전히 전략을 바꿨다.
컨설팅업체인 클라인앤코의 케리 멜라지 부사장은 “P&G가 한때 뷰티 시장 정복을 추구했지만 안전지대를 너무 벗어났다”며 “고급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뷰티 제품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제품 간 시너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구원투수 역할은 결국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라는 의미기도 했다. P&G의 브랜드 매각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선은 래플리가 언제까지 CEO를 유지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뷰티와 그루밍(Grooming, 면도기 및 제모기 사업), 헬스케어 사업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테일러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다. 그가 맡는 사업부가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