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 출연해 기후·에너지 현안을 대중의 언어로 쉽게 소개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가 도입한 전기요금제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물었습니다. 옥토퍼스는 영국에 본사를 둔 혁신적인 에너지 회사입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인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기업이죠.
눈길을 끄는 것은 전기요금입니다. 영국에서는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전력 도매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지곤 합니다. 이같은 ‘마이너스 가격’ 상황이 발생할 경우 돈을 주고서라도 전기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옥토퍼스는 전기를 사용하면 돈을 주는 마이너스 요금제도 실험해 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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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은 독점적으로 전기를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민간 기업도 가능하지만, 생산된 전기는 사실상 한전을 거쳐야만 판매됩니다. 전력 산업의 공공성, 산업화 시기의 효율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정부가 한전의 독점권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탈탄소 에너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현재와 같은 한전의 판매 독점 구조가 오히려 장애가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됩니다. 독점 구조에서는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출현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전력시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전력 시장 독점 구조가 해체된 상황입니다.
윤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해상풍력의 과도기, 실행 가능성과 협력의 길’ 주제로 열린 컨퍼펀스(주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김원이·이원택 의원, 한국풍력산업협회, 에너지전환포럼)에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은 한전 독점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습니다.
윤 교수의 제언은 해외처럼 전력 판매 시장을 개방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입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시장에 민간의 많은 투자를 유도하려면 민간의 전력회사들이 전력시장에 들어와 발전·판매 사업을 하는 것을 막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한전 민영화 수작”, “민간이 판매하면 전기요금이 최소 3배는 뛸 것” 등의 반응이 제기됐습니다. 윤 교수 제언대로 하면 한전이 민영화되고, 전기요금은 폭등할 것이란 우려였습니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윤 교수는 어떤 입장일까요. 연재물 ‘에너지와 미래’를 통해 윤 교수의 입장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핵심 요지는 △전력 판매 시장 개방 없이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혁신 기업의 등장이 어렵다 △판매 시장이 개방되면 전기요금이 폭등하는 게 아니라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처럼 ‘마이너스 전기요금제’까지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양한 사업자 간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력시장 개방이 ‘한전 민영화’는 아니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민간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중국산 배불리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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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개방 시 전기요금이 폭등하지 않을까요?
△‘공기업이 운영하면 요금이 싸고 민간이 운영하면 비싸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유럽은 왜 민간에 전력 시장을 개방했을까요.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것은 한전이 경영을 잘해서인가요. 아니죠. 한전의 적자와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도대체 국민 세금이 어떤 식으로 지원되고 있길래 한전이 유지되고 있는 건가요.
현재의 전기요금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콩(전기요금 원가)보다도 두부(전기요금)가 싼 나라가 됐어요. 현 상황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사실상 혜택을 많이 보는 구조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을 덜 내게 되죠.
전기는 공공재가 아니에요. 태초부터 전기가 존재한 건 아니니까요. 전기는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전기를 만들려면 비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불할 지의 문제가 있는 것이죠. 결국 공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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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보세요.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발전 전력으로 쓰는 이유도 값싸고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기업들이 PPA 계약을 맺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시장 가격이 요동쳐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어요. 오히려 정전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합니다.(*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이 자신이 소비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하는 글로벌 캠페인, PPA=Power Purchase Agreement는 전력 구매 계약으로, 기업이 재생에너지 등의 발전소와 직접 계약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뜻함)
-그렇다면 전력 시장을 어떻게 개방하죠?
△우리나라 발전 시장은 이미 개방이 됐어요. 화력·LNG에 민자 발전이 많아요. 문제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 시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왜 이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했나요?
△한전 독점 구조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기득권 때문입니다. 현 판매 독점 구조가 바뀌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러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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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부채가 많기 때문에 공공기관만으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감당할 수 없어요. 민간의 많은 투자를 유도하려면 민간의 전력회사들이 전력시장에 들어와서 발전·판매 사업을 하는 것을 막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려야 합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등을 통한 지원만으론 부족해요. 갓난아기(재생에너지)와 어른(화석연료 발전)이 뜀박질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갓난아기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하죠.
또한 내년 3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등을 마련할 때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에 인천, 신안, 여수, 영광 등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진 중인 4개 지역을 심층 면접을 했어요. 우리는 어민이라고 통칭하지만 현장에서 들어보면 어떤 어업을 하는가에 따라 실제 이해관계는 매우 달랐습니다.
따라서 느슨하게 융통성을 주면서 일종의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민관협의회에 누가 참여할 지, 대표성을 어떻게 합의하고, 어떻게 공적 권위를 부여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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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의 경제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보다도 더한 자본주의에요. 과거와 달리 중국 제품의 품질까지도 좋아지고 있어요. 태양광이든 해상풍력이든 중국산 기술이 좋아지고 있어요. 우리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관련한 기술력을 빨리 키워야 합니다. 이달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련한 정책적 고민을 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매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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