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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갖가지 호불호를 반영한 평가들을 떼놓고 보면 ‘호프’는 어디선가 봤던 장르물들의 극적인 재미들을 줄줄이 엮어 만든 영화다. 시작부터 어느 시골길에 쓰러져 즉사한 황소 앞에서 호포출장소 범석(황정민)의 시선으로 서스펜스를 서서히 끌어올린 영화는 괴생명체에 의해 초토화된 마을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린 후 차를 몰고 총을 난사하며 등장한 성애(정호연)부터 총격전과 추격전의 스릴을 극점까지 끌어올린다. 난리가 난 마을에서 벗어나 괴생명체를 추적하는 사냥꾼들의 시선으로 숲에서 벌어지는 성기(조인성)의 사투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통째로 무너진 나무들이 예사롭지 않은 괴생명체의 공포감을 끌어 올린 후 그 충격적인 정체를 드러낸 그들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말을 탄 성기가 괴생명체와 벌이는 대결은 서부극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고 말을 타고 달리는 성기와 차로 질주하는 범석이 함께 달리며 괴생명체를 제거하는 장면에서는 서부극과 스릴러에 SF가 겹쳐진 기막힌 자극으로 도파민을 폭발시킨다. ‘호프’는 바로 이 짜릿한 감각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마치 끝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도 겨를도 없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그래서 그 롤러코스터에 별생각 없이 올라타고 그 다양한 장르적 재미들을 섞어놓은 영화를 그저 바라본 이들에게 156분의 시간 순삭 경험은 짜릿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재미들이 내 취향과 맞지 않거나(본래 장르라는 게 저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영화를 체험 그 자체가 아니라 생각할 여지를 주는 ‘예술적 경험’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보는 내내 ‘이게 뭔가’ 싶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우주까지 날아가는 서사에서, 신 대신 우주인이 등장해 막을 끝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허탈함마저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영화가 그렇게 감독이 하고픈 걸 끝까지 밀어붙여 만들 만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려 총제작비 600억(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이 들어간 대작이다. 요즘처럼 극장이 어려운 시기에 이만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이 흔들린다면 그 파장이 영화계 전체로도 미칠 수 있다. 물론 600억의 제작비가 들만큼의 스케일을 가진 영화였다면 그것도 공감할 수 있지만 ‘호프’가 과연 그 정도의 스케일을 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호포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 600억을?
상업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겨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입소문’이다. 완벽한 완성도나 충격적인 예술성 같은 것보다 중요한 게 그래서 당대의 대중들이 가진 정서적 요인을 저격하는 일이다. 천만 관객을 넘어 1700만 관객 가까이 끌어모은 ‘왕과 사는 남자’를 떠올려 보면 한국영화의 대중성이란 정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소문’이 관건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호프’는 어려워진 한국영화의 희망이 되진 못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희망이 현실을 잊는 도파민으로 생겨나기보다는 그 현실을 공감하는 정서적 연대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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