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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실행력’이다. 제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조직 내부에서는 피해자가 침묵하거나, 문제제기 후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가 되풀이된다. 특히 중간관리자와의 갈등이 괴롭힘으로 비화된 사안에서는 조사 과정이 끝나고도 조직의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후 ‘관계의 회복’이라는 후속 단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실무 현장에서는 제도의 ‘악용’ 문제도 분명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명확한 괴롭힘 행위라 보기 어려운 업무 지시나 인사 조치를 문제 삼아 ‘신고’가 이루어진다. 조사 결과 문제없음이 확인되어도, 조직은 피신고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ILO 협약 비준이 현실화되면 사용자의 예방 의무는 더욱 넓어지고, 형식적인 교육과 규정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 괴롭힘의 리스크를 ‘사후 조치’가 아닌 ‘조직 관리의 일부’로 통합할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의 피드백 방식, 평가 시스템, 의사소통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실효성 있는 예방을 위해서는 조직의 의사소통 구조, 권한 배분, 문제 제기와 처리의 흐름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이 함께 조율되어야 한다. 각기 다른 조직문화와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이를 설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이다. 제도가 실제 조직 안에서 ‘신뢰’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다음 단계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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