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된 은행나무에 한옥도서관…도봉구 '한글역사문화길'[서울곳곳]

총 8개 콘셉트 역사문화길 구성·운영…1길이 '한글역사문화길'
'한글 창제 숨은 주역' 정의공주 묘역 등 명소 '옹기종기'
원당샘공원·김수영 문학관·간송옛집 등 둘러보는 재미도
  • 등록 2024-09-18 오전 11:31:11

    수정 2024-09-18 오후 7:16:43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도봉구는 오랜 문화유산은 물론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도봉역사문화길에서는 이런 역사와 문화의 매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도봉산 자락을 바라보며 이동하다 보면 도봉구의 ‘도봉역사문화길’을 만날 수 있다. △한글역사문화길 △무수골 조선시대 왕족묘길 △초안산 조선시대 내시묘길 △창동역사문화길 △도봉서원 바위글씨길 △분단의 아픔, 평화문화진지길 △중랑천 따라 걷는 도봉이야기 길 △도봉옛길 등 8개의 콘셉트 별로 구성·운영 중이다. 관내 초등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단체로 탐방을 하기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스탬프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안내해두고 있기도 하다.

도봉구 원당마을한옥도서관(사진=함지현 기자)
지난 11일 이 곳 중 1길로 불리는 한글역사문화길을 찾았다. ‘한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정의공주가 한글 창제에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죽산안씨대동보’에는 “세종이 우리말과 한자가 서로 통하지 못함을 딱하게 여겨 훈민정음을 만들었으나, 변음과 토착을 다 끝내지 못하여서 여러 대군에게 풀게 하였으나 모두 풀지 못하였다. 드디어 공주에게 내려 보내자 공주는 곧 풀어바쳤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원당샘공원, 방학동은행나무, 연산군묘, 김수영 문학관,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 충정공 목서흠 묘역, 간송옛집을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30분 정도만 둘러봐도 외관 정도는 대부분 훑어볼 수 있을 정도로 명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이다. 다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자만의 특색을 담고 있다.

원당샘공원은 600여년 전 파평 윤씨 일가가 원당마을에 정착하면서 수백년 동안 생활용수로 사용한 샘물이다. 총 면적은 4671㎡에 이르며 전통연못, 벽천, 꽃담, 사모정 등의 시설과 소나무, 회양목 등 수많은 나무들이 우거져있다. 2009년부터 물이 흐르지 않아 2011년에 지하수를 연결해 마르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복원했다.

방학동 은행나무(사진=함지현 기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방학동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에 달한다. 그만큼 압도적인 크기가 특징인데, 그 모습이 매우 고상하고 아름다워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신성시했다. 이 나무에 불이 날 때마다 나라에 큰 변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유시인 김수영 선생을 기리기 위한 문학관도 있다. 생전에 도봉구에 머물며 많은 시를 지었기 때문이다. 연산군묘와, 세종대왕의 딸 정의공주와 부마인 양효공 안맹담 부부의 묘소는 주변 산세·하늘과 어우러지면서 탁트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제강점기 빼앗긴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보전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자취가 서린 간송옛집은 한옥 형태로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더욱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원당마을한옥도서관’은 총 4213권의 자료를 보유한 작은 건물이지만, 외관뿐 아니라 내부에도 마루와 중정 등 한옥의 구조를 구현했다. 안내책자도 한지 느낌을 살려 제작해 눈길을 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구 관광명소 프로그램을 통해 도봉구를 색다르게 즐기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도봉구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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