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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계획을 짜라고 지시했다. 상무부와 USTR은 오는 4월1일까지 각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장벽, 정부조달·지식재산권·서비스 무역 장벽 등을 분석한 뒤 무역 파트너국가들과 1대 1 맞춤형 상호관세 부과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USTR이 매년 3월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이 같은 내용이 집대성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USTR이 미국 기업의 요구사항을 받아 작성한 뒤, 무역정책 수립 및 협상 전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올해는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발표되는 만큼 이번 무역보고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USTR이 작성한 한국 관련 무역장벽보고서에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하던 자동차 비관세 장벽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USTR은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배출가스 관련 부품(ERC)에 대한 변경사항을 보고하는 기준이 불명확해 미국 자동차의 한국시장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거론하고 있다.
USTR은 심지어 자동차 규제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점도 거론하며 형사법 개정도 요구했다. USTR은 “동일한 위반사항이 한국 제조 차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이중 기준(double standard)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USTR은 아울러 한국의 약가정책도 수년간 지적해 왔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 정부의 약가 책정 및 보험 급여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한국이 약가를 책정할 때 미국의 혁신적인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해왔다.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의약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의약품 혁신 및 신약 출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외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역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며 입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에 대해 제이미슨 그리어 USTR대표 지명자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외 한국 정부가 지도 및 위치 기반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제외해 구글 및 애플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비해 불공정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도 수년간 지적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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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적으로는 유럽연합(EU)이 타깃이다. EU는 유럽기업이든 미국기업이든 동일하게 부가세(최대 27%)를 부과한다. 다만 EU 내 기업 간 거래(B2B)는 부가세를 공제하는데. 미국 기업은 조건과 절차가 까다로워 공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U는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에 디지털서비스세(DST)도 물리는데 유럽 내 기업들은 법인세와 부가세 체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둘 다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기업들은 B2B거래는 부가세(10%)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미국 기업은 한국에 사업장이 없는 경우 공제를 받을 수가 없다. 조세제도는 각국의 고유한 제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마저도 뒤흔들겠다는 계획이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상호관세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역적자이고, 비관세 장벽, 환율 같은 것 때문에 트집잡힐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