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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지난 25일 오후 방문한 서울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사 안. 바쁘게 움직이는 시민 사이로 한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 줄의 끝에는 ‘1달러 피자’를 내세워 값싼 가격에 피자를 한 조각씩 파는 가게가 있었다. 퇴근 시간대가 되자 사람들이 더 몰렸고 가게 코너를 돌아 30m가량 줄이 생기기도 했다. 손님들은 가게 앞 기둥에 기대 선 채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피자를 들고 먹고 있었다.
시민들은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피자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장을 입고 서서 피자를 먹던 직장인 A(32)씨는 “이 가격에 출출할 때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잠실역 주변 직장인 한성민(30)씨도 “1500원, 3000원짜리 피자를 먹었다”며 “회사 주변 물가가 비싼데 간단히 한 끼 하기엔 딱이라 주에 2번 이상 온다”고 했다.
1달러 피자는 원래 미국 뉴욕에서 ‘한 끼의 식사’로 통했다. 가난한 뉴요커와 대학생들이 즐기며 일종의 상징물로 퍼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시기 물가가 상승해 자취를 감춘 1달러 피자가 고물가 속 한국에서 되레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작년 10월에 개업한 이후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요즘 경제가 너무 안 좋은데 양질의 음식에 가격이 저렴한 점이 인기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치솟는 외식 물가, ‘천원빵’도 인기
이러한 가성비 소비 이면에는 수년 째 이어지는 외식 물가 상승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3개월 연속 2%를 기록했다. 물가가 다소 안정됐다는 평가에도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들썩였다. 실제 가공식품과 외식이 전체 물가를 각각 0.3% 포인트, 0.42% 포인트 끌어올렸다. 빵, 냉동만두, 과자, 라면 등도 주요 브랜드에서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서울 주요 도심에서는 1만원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1달러나 천원 빵 등은 고물가 시대 직장인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소비라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월급을 받아서 사는 직장인들은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먹거리를 줄일 수가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먹거리가 나오면 반길 수밖에 없다”며 “피자나 빵, 라면은 말로는 서민 음식이라지만 이제는 가격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는데 천원 빵이나 피자는 상생 개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