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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 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1달러=1400원)하면 약 5경708조원에 달한다. 경 단위 숫자는 감이 잘 오지 않지만, 한국 정부의 작년 한해 예산(약 657조원)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지금 한국 예산의 77년 치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 총액(약 1228조원)의 41배 규모이며, 코스피 1위인 삼성전자 (시가총액 약 336조원)와 같은 기업 150개를 합쳐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신용이 좋은 나라라는 타이틀 아래 수십 년간 사실상 ‘빚 돌려막기’를 해온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Fitch)에 이어 무디스에서마저 최고등급을 상실했다.
여기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단행한 대규모 감세와 의회의 정치적 교착, 최근 고금리 기조까지 겹치며 이자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도 악화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약한 대규모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10년간 3조8000억 달러 규모 감세가 이뤄지며 국가 부채가 2조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화살을 돌리며 감세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물가 인상 압박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연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압박하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16일 장 마감 직전에 이뤄져 시장 반응은 18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국제 채권운용사 나트얼라이언스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채권 시장의 감시자들이 미 국채를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경고해왔다”며 “이번 강등은 금리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브루수엘라스 회계법인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YT에 “수년간의 정치적 마비, 부채 한도 협상 실패, 재정적 무책임이 오늘의 결과를 불러왔다”며 “앞으로는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