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수습기자] 서울 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폐쇄회로(CC)TV 설치대수가 자치구 별로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아동 유괴 시도가 잇따르며 학부모들의 ‘유괴공포’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고 범죄 사실을 확인할 인프라는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범죄 사각지대를 없앨 인프라 구축에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주변의 모습이다. (왼쪽)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CCTV로 ‘단속 중’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는 모습이다. (사진=염정인 수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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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로구 ‘최다’, 중구 ‘최소’…지역별 편차 커 16일 이데일리가 서울 25개 자치구의 스쿨존 CCTV 설치대수를 분석한 결과 1680개소에 8704대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1개소 당 5대 꼴이다. 자치구 중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강남구(10대)와 구로구(1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는 강북구(9대)△광진구(9대) △양천구(9대) △성동구(8대) △금천구(6대) △동작구(6대) 순이었다.
반면 설치 비율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중구(1대)였다. 종로구(2대), 은평구(2대), 서초구(2대) 등도 CCTV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밖의 자치구는 3~4대 수준에 머물렀다. △중랑구(3대) △도봉구(3대) △노원구(3대) 서대문구(3대) △강서구(3대) △관악구(3대)△강동구(3대)△용산구(4대) △동대문구(4대) △성북구(4대) △마포구(4대) △영등포구(4대) △송파구(4대) 순이었다.
이처럼 자치구마다 CCTV 설치 대수가 제각각인 이유는 법에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따르면 학교 안전 대책은 각 시도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학교 주위 CCTV 설치는 각 시도교육청 조례에 맡겨 있다. 현재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초등학교를 포함한 학교나 유치원 등의 CCTV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CCTV 설치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외부에서 드나들 수 있는 출입로 외에는 특정 구역이 언급돼 있지 않은 데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CCTV를 설치하려고 해도 학교장이 사전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학교 인근으로 지정되는 어린이보호구역 역시 도로교통법을 따르다 보니 과속단속 CCTV 설치만 의무화돼 있다. 납치 등 아동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아동보호구역’ 제도가 별도로 있지만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아동보호구역은 2007년 어린이 유괴 살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으나 2023년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는 자치구 3곳에서만 운영 중이다.
 |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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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학부모 불안감…전문가 “사각지대 없애려는 노력 있어야”
하지만 학부모들은 최근 아동을 상대로 한 유괴 시도가 잦아지자 불안감을 호소하며 학교 앞 CCTV 설치대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정모(45)씨는 “아이 학교에서 유괴를 당할 뻔한 학생이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 놀랐다”며 “하교 시간쯤 학원 차량 등으로 교문 앞이 붐비면 혹시 유괴범 차량도 같이 섞여 있는 건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늘 아이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CCTV라도 더 촘촘하게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등·하원 도우미로 일하는 김모(54)씨는 “유괴 미수 사건 이후에 학교 인근에서 경찰 등 순찰 인력이 많이 보이는데 솔직히 한때지 않느냐”며 “경찰이 없을 때도 안심할 수 있도록 CCTV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동 안전을 위해서는 경비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한 예방책도 중요하지만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해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화된 CCTV 영상을 관할하는 통합관제센터의 인원 등도 충분히 배치돼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도 “최근 초등학생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학교 앞 CCTV가 자치구마다 충분히 설치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크다”며 “만약 예산이 부족한 자치구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