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철강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일까지 철강재 수출 물량은 2582만 7595만톤(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한국 철강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수출국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311만 8718t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고, 3위 수출국인 미국도 229만 5327t으로 10.0% 줄었다. 반면 2위 수출국인 인도로의 수출은 257만 9098t으로 유일하게 5.2% 증가했다.
이 같은 수출 여건은 당분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 2월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6월부터 이를 50%로 인상했다. 지난 10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철강에 대한 관세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 역시 지난해부터 일부 철강 제품에 12%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캐나다와 멕시코 등도 고관세 정책을 내세우며 자국 보호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는 미국 2위 철강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의 지분 인수도 추진해 현지 생산 및 협력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인도 1위 철강 기업 JSW그룹과 협력해 연산 600만톤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물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거의 모든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산업인 만큼, 철강 생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겹치는 상황에서 국내 철강 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고용 위축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내 생산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생산직뿐 아니라 연구·설계, 물류 등 연관 산업 전반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과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수요·공급 조절은 물론 국내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K-스틸법을 마련하긴 했지만, 법 제정만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산업 전반의 철강 수요·공급 구조를 점검하는 한편,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 원가 부담 완화와 함께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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