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이 무성했을 때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던 임 내정자는, 설 연휴를 보낸 후 지난달 24일 이데일리에 “오랜 고민 끝에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정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후보 도전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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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와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이력,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때 경제부총리 하마평과 함께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는 성향을 고려할 때 이때부터 임 내정자의 최종 후보 선정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삼는 분위기였다.
우리금융 회장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한 금융권 인사는 “임 전 위원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실 금융지주 회장에서 낙마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만큼 강력한 후보”라고 전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 등 대표 ‘엘리트 코스’를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임 내정자에 대한 공직사회의 신임도는 두텁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높아 1차관 당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사실상 모든 업무를 진두지휘했다”며 “평소 선배들에게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꼽혔고 후배들로부터의 신뢰도 강했다”고 전했다.
실제 기재부에서는 직원들의 투표로 매년 말 ‘닮고 싶은 상사’를 선정하는데 임 후보자는 공직 시절 3차례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금융위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업무 능력으론 단연 최고였다”며 “추진력이 강해 과장 때부터 주요 현안을 처리하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회상했다.
2013~2015년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해 금융시장 전문성을 쌓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이 큰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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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간 사외이사들로 꾸려졌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외부 인물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뿐 관치 논란에 선을 그었다.
임추위는 임 내정자에 대해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며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던 라임사태와 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갈등, 직원 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로 떨어진 민심을 수습할 ‘구원투수’로도 불리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임원은 “현재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은 물론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 단계”라며 “임 내정자가 이러한 측면에서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도 내외부의 기대감과 우려가 섞인 시선을 충분히 느끼는 듯하다. 그는 선임과 함께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