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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르면 30일 대선에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시한(5월 4일)을 나흘 앞둔 시점이다.
한 대행은 최근 주변에 출마 요구를 더이상 회피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28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는데 이날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계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과 만나 대선 출마 등을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통상 위기 극복과 국민 통합, 개헌 등을 명분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행의 출마 시점이 30일로 거론되는 건 전날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 결선투표(2차 경선에서 과반득표자가 있으면 29일 최종후보 확정) 윤곽을 보고 단일화 전략과 출마 메시지를 정리할 수 있어서다. 또한 한 대행은 사퇴 여부를 밝히기에 앞서 29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출마에 관한 국무위원들 의견도 최종적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선 이미 한덕수는 ‘상수’가 됐다. 한 대행 출마의 당위에 관해선 2차 경선에 진출한 후보(가나다순으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모두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단일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적잖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한 대행 차출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단일화에 부정적이라는 인상을 주면 경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 최종후보가 되면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 토론 두 번 하고 원샷 국민경선을 하겠다”며 당원들에게 연이틀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덕수 차출론에 관한 입장을 바뀌었단 지적에 대해선 “당원과 국민이 요구하고 이재명을 잡으려 하니 그것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역시 한덕수 차출론에 부정적이었던 한동훈 후보도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얘기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보수의 중심은 국민의힘이고 지금은 국민의힘 경선에 집중할 때”라며 홍 후보와 온도차를 보였다.
일찍부터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김문수 캠프는 ‘한덕수 마케팅’을 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와 단일화는 김문수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김문수 캠프에 합류할 때부터 ‘김-한 단일화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종반으로 향하는 만큼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선언 후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보단 한동안 무소속이나 제3지대에 머물며 단일화 논의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와의 협상을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 당내 단일화 경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평생 관료로 살아온 한 대행이 대선 정국에서 정치인으로 무사히 변신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당장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샅바싸움을 벌여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당무 전반에 대한 우선권을 갖는다. 이 같은 전권을 쥔 후보에 맞서 조직과 우호 여론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지가 한덕수 대망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본선 경쟁력도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25~26일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은 27.7% 지지율을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47.6%)에게 20%포인트 격차로 열세인 상황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이 심판복을 벗고 선수로 뛰어들었다는 비판도 넘어서야 한다. 한 대행이 사임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외 신인도 차원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