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돼 연락드린다”…4년 뒤 연인 된 男 정체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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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을 일어난 ‘춘천 교제 여성 살인사건’
4년 전 스치듯 번호 주고 받은 뒤 “결혼 준비돼 연락”
연인으로 발전한 뒤 결혼 집착…사회초년생 여친 살해
  • 등록 2025-10-31 오전 5:29:13

    수정 2025-10-31 오전 5:29:1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2018년 10월 31일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상견례를 앞두고 연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가해자 심모씨(당시 28세 ·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신상공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렸던 ‘예비신부 살인사건’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며, 심 씨의 살인은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심 씨는 왜 결혼까지 약속했던 자신의 연인을 무참히 살해한 것일까.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심 씨는 그해 10월 24일 자신의 춘천 후평동 자신의 집에서 세 달 가량 자신과 교제한 여성 A씨를 살해했다. 당초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심 씨는 경찰에 A씨와 신혼집 장만 및 혼수 문제 등으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진술했다.

경찰도 심 씨의 사건 당일 행적과 범행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심 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복원(디지털 포렌식)을 했으나 계획 살인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측은 심 씨가 흉기로 살해 뒤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한 점 등을 들어 “계획적 살인”이라며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나타냈고, 사건의 전말은 곧 세상에 알려졌다.

유족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4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스피치 어학원에서 스치듯 만난 사이였다. 당시 A씨는 서울에 위치한 K대학 1학년생이었고, 심 씨도 자신을 “K대학 동문”이라고 소개하며 A씨에 접근했다고 한다.

심 씨는 A씨의 번호를 받아간 뒤 연락이 없다가 4년 뒤인 2018년 7월 27일에야 연락을 해왔다. 그는 “(사람에게) 후광이 비치는 건 처음이었다”며 “지난 몇 년간 짝사랑했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못했었고, 지금은 결혼 준비가 다 돼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A씨에 고백을 해왔던 것이다. 곧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사건 발생 전까지 약 3개월 정도 교제했다.

그런데 심 씨는 A씨와 만난 지 한 달 정도가 됐을 무렵부터 결혼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A씨도 이를 수락했고 두 사람은 2019년 4월 쯤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그해 10월 27일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당시 A씨는 서울의 한 대기업에 취업한 지 한 달 된 상황이었는데, 심 씨는 A씨가 결혼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사는 춘천에 집을 구해 신혼 생활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직장 생활을 계속하며 출퇴근하기를 원했고, 심 씨와 의견을 맞추기 위해 서울과 춘천을 오갈 수 있는 퇴계원에 작은 아파트를 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 씨에게서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캡처)
평소 ‘K대학’ 출신이라고 했던 심 씨는 본인이 국회에서 인턴을 하고 있으며 아버지가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며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이었으며 부모님의 국밥집에서 일을 하며 국밥집이 있는 2층 옥탑방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결혼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의 심 씨의 요구는 끈질겼다. 유족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아파트다 주택이다 공방이다 다 차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 계속 바뀌니까 이상했다”며 “딸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데 춘천에서 신혼집을 차리자고 했다. 좀 더 시간을 갖자니까 (장모가 될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20~30분씩 가르치듯이 혼을 냈다.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본인 마음대로 꺾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오전 심 씨는 A씨에게 집요하게 “춘천으로 와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착한 A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뒤 흉기로 살해하고 잔혹하게 훼손했다. 이후 옥탑방을 빠져나온 그는 지인이 있는 교회로 도피했다가 붙잡혔다.

심 씨가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데 대해 유족은 “아직 상견례도 이뤄지기 전이라며 혼수로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심 씨의 “A씨가 살아서 식물인간이 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시신을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그토록 사랑한다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엽기적으로 훼손한 가해자의 범행은 누가 봐도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잔인무도한 범행”이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상견례 사흘 전이라 혼수, 예단 문제는 거론된 적도 없는데 가해자의 말에 의존한 기사로 인해 가족과 죽은 딸은 또 한 번 억울함과 슬픔을 겪고 있다”며 심 씨의 엄벌과 신상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을 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심 씨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재판에 넘겨진 심 씨에게 검찰은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가석방을 통해 사회로 나오게 되면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극형에 처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심 씨가) 살인을 위해 피해자를 유인했다는 사정이 일부 드러났지만, 미리 흉기를 구입하거나 증거인멸 등을 계획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아 계획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계획범행은 인정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심 씨도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며 양형부당과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은 매우 특별하고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심 씨에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과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을 유지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심 씨는 대법원 상고까지 간 뒤에야 확정 판결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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