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1일자 27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장밋빛이냐 잿빛이냐. 정보화 사회의 미래를 두고 전망은 늘 엇갈렸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입게 될 거라는 예상이 장밋빛이다. 하지만 컴퓨터 네트워크가 소수의 권력층에게 사회전체를 통제하는 완벽한 수단을 제공할 거라는 잿빛 관측도 있다. 그렇다면 웹 2.0시대 구성원들의 뒤통수에 퍼지고 있는 후광은 장밋빛이겠는가 잿빛이겠는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의 생각은 장밋빛에 가깝다. 장밋빛의 근거는 창조다. 대중을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본 것이다. 창조하고 협력하는 건 수천년 간 인류가 기꺼이 해오던 일이다. 웹 2.0시대라고 해서 몇몇 엘리트의 영역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책은 무한증식하는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전략을 따지는 발빠른 분석서와는 차이가 있다.
이 지점에서 끌어낸 것이 커넥팅이다. 유튜브를 제작하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현대인이 창조자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과 연결돼 소통하기 때문이란 거다. 그저 뭔가를 만들어내서가 아니다. 그리고 외친다. “꿀벌의 협업, `위키피디아`를 보라.” 창조는 본질적으로 연결과 소통을 지향한다.
보다 단단한 논지를 위해 저자는 아날로그를 거스른다. 빅토리아 시대 예술비평가 존 러스킨, 19세기 사회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1960년대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철학을 끌어내 연결과 협력이 인간의 본질이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일단 무엇이든 만들어보라, 그것이 연결을 가져다준다.` 지나치게 낙관적인가. 허나 창조를 행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장밋빛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