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킹' 현실로? 연초 들어 미 주식 사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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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하루 7300억원 순매수…연말 순매도액 상회
비과세 혜택 받고 재투자 하는 '얌체 투자' 가능성
제도 취지와 달리 '자금 재유출' 우려 제기
"순유입만 과세 혜택…국내 수익률·환율 안정 병행해야”
  • 등록 2026-01-04 오후 4:46:21

    수정 2026-01-04 오후 7:09:54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서학개미들이 새해 첫날부터 미국 주식을 다시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을 두고 정부의 국내시장 유턴용 복귀계좌(RIA) 비과세 혜택이 일부 투자자들의 해외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체리피킹’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금의 순유입을 기준으로 한 과세 설계와 함께 국내 주식 수익성 제고, 펀더멘털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매 추이.(그래픽=문승용 기자)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지난 1일 기준 5억436만달러(약 73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주식 순매도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5일과 30일, 31일 각각 8455만달러, 9165만달러, 1억4542만달러를 순매도했지만, 연초 들어 다시 순매수세로 전환한 셈이다. 지난 1일 하루 동안의 순매수 규모는 앞선 3거래일의 총 순매도 결제액인 3억2162만달러(약 4650억원)를 웃돌았다.

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예탁결제 통계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매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의 경우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해외 증권사를 통해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해외 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데 따른 조치다.

연초부터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데에는 세제 혜택을 받은 뒤 자금을 다시 해외 주식에 재투자해 이익만 얻는 체리피킹 현상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령 한 개인투자자가 보유하던 해외 주식 5000만원어치를 매도한 뒤 자금 전액을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면제 받고 동시에 다른 자금을 활용해 미국 주식을 추가 매수한 경우를 얘기한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RIA 요건을 충족하지만, 자금 흐름상으로는 해외 투자 비중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도 RIA를 활용한 비과세 체리피킹을 막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거래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규제가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RIA의 취지가 해외로 나간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데 있다면, 세금 측면에서는 자금의 순유입분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는 ‘네팅(netting)’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자는 결국 수익률을 보고 움직이는 만큼 단기적인 세제 혜택에 그치기보다 국내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환율 안정과 펀더멘털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미국과 비슷해진다면 환율 리스크를 감수하며 미국 시장으로 갈 이유는 없다”며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쌓아온 시장 신뢰가 후퇴하지 않도록 의무공개매수와 자사주 소각 등 제도적 개선을 일관되게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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