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을 전후로 사흘간 우크라이나와 휴전한다고 28일 선언했다. 부활절 기간인 지난 19일 발표한 ‘30시간 일시 휴전’처럼 이번에도 일방적인 선언이었다.
 |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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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다음달 9일 전승절을 기념하기 위해 5월 8~20일 사흘 간의 휴전을 선언하면서 우크라이나 측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휴전 기간은 5월 8일 0시부터 10일 밤 12시(한국 시간 5월 8일 오전 6시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총 72시간이다.
크렘린궁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의 결정으로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동안 휴전을 선언한다”며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고 했다. 성명에 따르면 만약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승절은 소련 시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는 전승 80주년인 올해를 맞아 대규모 열병식 등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에 초청하는 등 외교력 과시를 위한 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한 만큼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 ‘승전’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휴전 선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SNS)을 통해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러시아에 추가 제재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 ‘30시간 일시 휴전’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상 중재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그 다음날 나왔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브라이언 휴즈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분쟁을 일시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환영하지만 대통령은 영구적인 휴전을 원하고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러시아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즉시 휴전해야 한다. 5월 8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최소 30일 동안의 휴전을 지속해서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휴전 기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가 공격을 지속했다면서 비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로 30일간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부분 휴전과 흑해에서의 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러시아가 선결 조건을 걸면서 휴전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