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거주하는 김모(20)씨는 생리통이 심해 지난 2016년 10월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았다가 ‘난소 미성숙 기형종’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해 12월 난소의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으나, 조직검사를 통해 간 부위에 혹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듬해인 지난해 6월 호흡곤란이 심해지자 김씨는 다시 서울의 그 병원을 찾았다. 종양이 커져 간과 오른쪽 폐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심각해 수술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말에 김씨는 실의에 빠졌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서울에서의 치료를 포기, 민간요법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숨이 점점 가빠지는 고통속에 김씨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지난해 6월 화순전남대병원을 찾았다. 배우균 교수(종양내과)의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수개월간에 걸친 치료에도 불구, 김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배교수는 김씨의 치료를 위해선 꼭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러기엔 위험성이 높고 사망 가능성도 있었다. 배교수의 고심이 깊어갔다. 배교수는 고양석 교수(간담췌외과), 송상윤 교수(흉부외과)와 김씨의 수술에 관해 상의했다. 두 교수 모두 선뜻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씨 부모의 거듭된 호소는 교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 교수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했다. 폐와 간을 동시에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씨가 호흡곤란과 과다출혈로 사망할 위험성도 높았다.
고양석 교수와 송상윤 교수는 힘을 모아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최선을 다해보자”고 손을 맞잡았다. 두 교수의 과감한 결심에, 윤주식 교수(흉부외과)와 광주의 전남대병원 김희준 교수(간담췌외과)도 수술에 합류하기로 했다. 초긴장 속에 최근 16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의료진들의 정성스런 돌봄이 이어졌다. 김씨의 회복속도가 빨라 중환자실에서 1주일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의사들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퇴원을 앞둔 김씨는 “유서를 써둔 채 수술대에 올랐었다. 제게 새 생명을 선물해준 의료진께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새해에는 뭘 할까 계획을 짜느라 부푼 마음이다”며 행복해했다. “얼른 퇴원해 엄마가 요리해주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김씨의 말에 어머니 장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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