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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 법원은 “임대차 계약이 제조업을 목적으로 한 공장 임대차로 보일 뿐, 상품 제조 외에 영리 활동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심은 공장이라는 명칭, 계약서 제목, 사업자등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을 단순히 ‘소매업’ 등 일반적인 상가에 한정하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용’ 건물로 폭넓게 해석하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했다. 핵심은 ‘영업용 사용’ 여부를 건물의 ‘현황과 용도’에 비춰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기존의 법리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피고의 공장이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장 건물의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제조업소’와 ‘제2종근린생활시설(제조업소-사무실)’로 돼 있다. 특히 사무실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은 단순한 제조 공간이 아닌 영업 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피고는 공장에서 레이저 용접 제조업을 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제조·납품하고 대금을 수령하는 영업 활동을 했다. 특히 공장 내 사무실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대금을 받는 등 명백한 영리 활동이 이뤄졌다.
비록 계약서에 ‘공장’으로 명시돼 있지만, 소규모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와 영업 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계약 당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공장이 단순히 제조 공간뿐 아니라 영업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공장 임대차, 특히 소규모 제조업 분야에 기존 법리를 다시금 적용해 그 의미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법원이 실제 건물 사용 현황과 영업 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상가임대차법 적용 가능성을 기존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이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임차인들의 안정적인 영업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공장 임대차에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핵심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 활동’이 해당 건물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 여부다. 따라서 공장 임대차 계약 시에는 건물의 실제 용도와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상가임대차법 적용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 조건을 신중하게 설정하고, 분쟁 발생 시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법적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사업 현장의 다양한 임대차 관계에서 실질과 형식을 조화롭게 고려하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