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충수는 맹장 하부에 가늘게 튀어나온 복부 장기의 일부다. 길이는 약 4~6㎝이고, 안쪽 지름은 5~6㎜ 정도 된다. 충수의 영어 명칭은 부속품(Appendix)으로 우리 몸에서 아주 작은 존재다. 하지만, 충수에 문제가 생기면 악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박은정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약 1%에서는 악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충수암의 경우 0.1%만 발생한다”며 “충수의 점액성 악성 신생물이 터져 복부 안에 점액이 퍼지는 복막가성점액종은 인구 100만명당 1명정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충수 위치와 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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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점액종은 암이나 종양에서 분비되는 젤리와 같은 점액질이 충수 내에 차오르고, 점액을 생성하는 세포가 과증식해 충수가 비대해지는 경우다. 대부분 증상이 없다. 충수의 위치와 구조상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충수 입구만 겨우 볼 수 있어, 병변 확인과 조기 진단도 매우 어렵다. 충수점액종의 경우 충수가 터지지 않았다면 충수 절제술이나 맹장 절제술 등으로 치료한다.
충수의 점액성 악성 신생물이 커져 터지면 복강 내로 점액이 유입되면 복막가성점액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 복막가성점액종 또한 대부분 무증상이다 보니 병이 진행되는지 모르고 생활하기 쉽다. 그러다 복강 내 점액이 증가해 배가 불러오고 불편함을 커진 후에야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복막가성점액종으로 진행된 상태면 복강 내 퍼진 점액과 침범된 장기 및 복막을 수술로 직접 절제하는 종양감축술을 시행한다. 이와 동시에 42도의 고온에서 90분간 항암제가 섞인 용액을 종양이 제거된 복강 내에 직접 투여하는 온열항암화학요법 이른바 ‘하이펙(HIPEC)’ 치료를 시행한다. 충수 기원의 복막가성점액종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 중 복강 내로 항암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복강 내 표면에 있는 미세 잔존 종양에 항암제가 직접 흡수된다. 덕분에 전신 항암제가 도달하지 못하는 복강 내 공간까지 항암제가 잘 흡수될 수 있다. 또한 복막 내 특성으로 인해 정맥 주사보다 더 고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어 복강 내 발생하는 악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 박은정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 두 번째)가 복막가성점액종 환자에게 하이펙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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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료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만 시행돼왔으나, 2014년 우리나라에서도 신의료기술로 허가된 이후 충수 복막가성점액종과 대장암, 난소암 치료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충수 복막가성점액종의 경우 점액이 침범된 복막을 수술로 제거하고 하이펙 치료를 함께 시행하면 재발을 막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만 복잡한 수술 과정에서 항암제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고난도 치료법이므로 의료진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박은정 교수는 “부속품이라 불리는 충수지만 이 장기가 불러올 수 있는 질환은 매우 다양해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며 “복막가성점액종 또는 충수암이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경험 많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