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업계 최초로 294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를 증명했다. 단수로만 보면 한국과 미국 메모리 업체들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 속 중국이 자국 기술력으로 낸드 시장 선두권을 쥔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YMT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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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지난달 말 “YMTC의 자회사 치타이(ZhiTai)가 294단 메모리를 탑재한 TiPro9000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294단 중 실제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활성층은 232단으로 전해졌다.
YMTC 신제품은 5세대 3D 트리플 레벨 셀(TLC) 낸드 제품이다. TLC 비트 밀도는 ㎟당 20Gb(기가비트)로 업계 최초 수준으로 알려졌다. TLC는 한 개의 셀(Cell)에 세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는 낸드를 의미하는데, 정보 저장량이 늘어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YMTC 신제품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양과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로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으며 반도체 굴기를 증명한 셈이다. 현재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높은 단수를 구현한 곳은 SK하이닉스(000660)로 올해 상반기부터 321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한다. 삼성전자(005930)는 280~290단, 미국 마이크론은 276단이다. YMTC가 삼성과 마이크론보다 단수에서 먼저 선두를 가져온 것이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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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기술장벽이 낮아 중국의 추격이 빠르게 이뤄져 왔다. 중국과 한국, 미국 등 글로벌 선두기업의 D램 기술 격차는 최소 5년, 낸드는 2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YMTC가 294단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격차는 더 좁혀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낸드는 시간 문제였다”며 “단순히 쌓는 기술이기 때문에 중국의 추격이 빨랐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진 삼성전자가 낸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낸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9% △SK하이닉스 22.1% △마이크론 19.81% 등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400단대 낸드를 출시하고, 오는 2030년에는 1000단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