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Cap 김성수 대표 “트럼프시대 美투자 앞서 인재 우선 뽑아야”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투자보다 인재 확보가 먼저입니다. 미국에 공장을 짓기 전에, 그걸 운영할 사람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사람이 사업이고, 사업이 곧 사람입니다. 사람 없는 사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HR 컨설팅·서치펌 HRCap의 김성수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가속화되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흐름 속에서 가장 간과되고 있는 문제가 ‘인재’라고 강조했다. 30여년간 미국 현지에서 기업들의 채용과 조직 전략을 컨설팅해온 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공장도 자본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걸 굴리는 건 사람”이라며 “사람이 없으면 사업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 제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재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지아주 기준으로 생산직 초봉 연봉이 7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인력계획 없이 사업계획만 수립하는 오류를 반복하면 결국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좋은 땅 골라서 공장 짓고 나서 ‘사람 좀 뽑아주세요’ 하면 이미 늦다. 요즘은 사람 구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의 인건비는 한국의 2배가 넘어 효율성도 떨어진다. 관세 부과를 피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진출했지만 비용 급증에 따라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사람 많이 쓰는 구조는 어렵고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고급 인재 조합이 핵심”이라며 “기술과 함께 전략적으로 인력을 설계해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지 채용 기준도 변해야 한다. 현지화 추세가 강화되면서 ‘한국어 가능자’보다 ‘문화와 시장을 이해하는 현지인’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는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기업 문화를 존중할 수 있는 현지형 인재가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본사 중심의 통제형 인사가 효율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미국 시장에 맞는 자율형 리더십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가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를 현지인으로 선임한 것처럼, 이제는 문화·시장·현장 감각을 갖춘 사람이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HR 전략도 전면적인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아울러 인공지능(AI)확산이 사람의 ‘자리’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 프로젝트 관리와 의사결정까지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을 잘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AI보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느냐’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AI가 전면에 나서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조화”라며 “사람은 감성과 상상력으로, AI는 효율과 속도로 일한다. 이 둘이 잘 공존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일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표와 함게 회사를 이끄는 맏딸 스텔라 김 전무 (사진=김상윤 특파원)

김 대표는 1990년대 LG HR(인사관리) 담당자로 미국에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2000년 당시로선 불모지였던 헤드헌팅 사업을 하겠다고 독립했다. 현재는 100명 규모의 글로벌팀을 구성하고 있고, 삼성, SK, LG, 한화 등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아마존, 구글, JP모건 등 누적 1500개 이상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유지할 정도로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HR컨설팅펌으로 우뚝 성장했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곁에서 줄곧 지켜봐 온 맏딸(스텔라 김 전무)도 2016년 IBM에서의 커리어를 뒤로 하고 회사에 합류, 조직관리와 사업관리 컨설팅 전문가로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레거시(Legacy), 마그네티즘(Magnetism), 커넥션(Connection)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각각 “전문성이 축적된 내적 기준”, “조직 철학과 문화에서 나오는 브랜드 에너지”, “맥락 기반의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정의하며 “HRCap은 이 세 가지 가치를 통해 시대를 선도하는 상징적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