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B증권이 발간한 CJ ENM(035760) 리포트 제목이다. 실적 부진을 다루며 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을 빗댄 표현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볼 법한 문장이 증권사 리포트 제목에 등장하자 시장은 적잖이 술렁였다. 결국 해당 제목은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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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불편한 시선이 나오는 건 결이 조금 달라서다. 단순한 재치의 영역을 넘어 기업 실적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제목 끝에 붙은 ‘ㅠ’ 하나는 리포트 문법이 어느새 인터넷 커뮤니티 문법에 가까워졌다는 상징처럼 읽혔다.
더 흥미로운 건 리포트의 결론이다. 제목과 달리 DB증권은 CJ ENM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8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낮췄지만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34.5%라고 제시했다.
리포트 내용은 오히려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TV 광고 매출 역성장, 미디어플랫폼 적자, 음악 부문 적자, 콘텐츠 비용 부담 확대 등 우려가 이어졌다. 특히 “광고, 콘텐츠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했고, “하반기 광고 업황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도 투자의견은 ‘매수’였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시장은 오랫동안 ‘매수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성, 정확성, 정보성’ 보고서는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가운데 매수·적극매수 비중은 2010년 이후 90%를 웃돌았고, 2020~2024년에는 93.1%까지 상승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기보다 아예 분석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서에 담겼다. ‘매도’ 리포트가 사라진 시장의 단면이다.
DB증권 리포트 역시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월 1일 기준 최근 1년간 해당 증권사의 투자의견 비중은 매수 92.19%, 중립 7.81%, 매도 0%였다.
물론 시장에서 애널리스트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리포트는 대부분 무료로 배포되고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 경로는 다양해졌다. 매일 수백 건씩 쏟아지는 리포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제목 경쟁도 치열해졌다. 눈에 띄어야 읽히고 읽혀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리포트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숫자와 논리를 보기보다 제목의 자극성부터 소비하게 된다. 애널리스트 역시 냉정한 분석보다 얼마나 눈길을 끄는 문장을 쓰느냐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된다.
딱딱한 금융 언어만이 정답은 아니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도 없다. 다만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감시하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그 역할이 흔들릴 때 시장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일수록 필요한 건 더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라 냉정하고 독립적인 의견인지 모른다. 지금 시장이 정말 듣고 싶어 하는 것도 ‘재미있는 조롱’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솔직한 ‘매도 의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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