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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울은 거래 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지역을 지정해 일정 금액 이상 토지를 거래할 경우 관할 지자체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실수요 목적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아 투기적 매매를 사실상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거래를 억제하는 만큼 공급 위축, 시장 왜곡, 인근 지역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도 잇따른다. 성동구·마포구의 집값 급등 역시 그 단적인 사례다.
반면, 세계 1등 도시로 꼽히는 뉴욕은 거래 자체를 막는 ‘허가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장기적인 시장 안정성과 개발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은 토지거래를 규제하는 대신, 개발과 활용의 단계에서 철저한 도시계획과 공공심의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구조를 택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인 ‘허드슨야드(Hudson Yards) 재개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허드슨야드는 과거 철도차량기지가 위치하던 미개발 지역이었지만, 뉴욕시와 민간 개발사 리얼티드(Related Companies)가 손잡고 6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공공 인프라 투자와 민간 자본 유치를 결합한 초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로 탈바꿈했다.
허드슨야드는 단순히 고급 주상복합만 들어선 곳이 아니다. 오피스, 호텔, 문화시설, 상업공간, 공공공원, 초등학교, 보육센터까지 모두 계획에 포함됐으며, 최근 뉴욕시는 이 지역의 서측 확장 계획(Western Yard Phase)을 발표하며 625채 이상의 저렴한 주택 확보를 민간에 의무화했다. 이처럼 뉴욕은 민간 개발에도 공공성과 저소득층 배려를 강하게 녹여 넣는다. 거래나 소유 자체는 규제하지 않으면서도, 공공 개발목표 달성을 통해 시장 안정과 도시 균형 발전을 동시에 꾀하는 것이다.
서울과 뉴욕의 차이는 결국 ‘규제의 지점’에서 갈린다. 서울은 거래 자체를 통제하면서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 하지만, 이는 인근 지역으로의 수요 이동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 간의 양극화만 심화시킨다. 반면 뉴욕은 토지는 자유롭게 사고팔되, 개발 단계에서 철저한 공공심의를 통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개입한다. 이로써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투자 지속성은 보장하면서도 도시의 공공성은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역시 단기적 규제보다 중장기적 도시계획과 개발 유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는 필요하되, ‘어디를 막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에 답을 찾아야 한다. 허드슨야드처럼 민간과 공공이 공동으로 도시를 그려나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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