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새벽배송 금지’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서다. 난데없이 날아든 새벽배송 금지 요청은 즉각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0시부터 5시까지 배송 금지’를 제안한 건데, 사실상 현재 국민들이 누리는 새벽배송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는데, 오히려 현업 종사자들의 분위기는 묘하다. 새벽배송을 업무로 하는 쿠팡 택배기사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성명을 내고 “심야배송(새벽배송) 금지는 사실상 심야 배송 택배기사들을 해고하는 것”이라며 “심야배송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폐지해야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직업 선택의 자유다. 새벽배송 택배기사들은 본인들이 시간·돈 등 다양한 여건상 심야에 일을 하려고 지원한 거다. 누군가가 억지로 배정하거나, 강제한 게 아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심야 업무가 근로자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 이 세상에 많은 심야시간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어찌해야할까. 오직 택배기사만이 새벽배송을 금지 당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온라인은 들끓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누군가에겐 생계가 달린 일인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원성이, 소비자들은 “생활이 급격히 불편해질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새벽배송을 활용하는 자영업자들도 새벽에 재료 등을 받지 못하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새벽배송을 통해 여러 이해주체가 동반성장하는 생태계로 진화했다. 이번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 요청은 우리 소비 생태계 전부를 다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0시부터 5시, 시간대를 정해 배송을 금지하잔 주장은 1차원적 사고다. 차라리 새벽배송 시간대에 집하·분류 업무를 물류로봇으로 대체하는 등의 기술적 대안을 검토하는 게 더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
민주노총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국내 유통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 소비자, 기업 등 이해주체 중 누구 하나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때문에 특정 기업을 겨냥한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는 뒷소리도 나온다. 그 다른 의도가 무엇이든, 하나의 큰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의 일상만은 뒤흔들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