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길 걷는 신의…‘후배들 또한 열정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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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열전-박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환자 치료·의학 연구 병행…'미래에 필요한 의사'
시간도 두배·집중력도 두배…'시너지에 희열 느껴'
의사 육성, 멘토십 중요해…신뢰·열정 회복 강조
  • 등록 2025-06-11 오전 6:00:00

    수정 2025-06-11 오전 6:00:00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박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고대안암병원)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사과학자를 택한 이유는 내 욕심 때문이었다. 진료하다 보면 굉장히 아쉬움이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고 그다음에 궁금한 것들이 많이 생긴다. 이렇게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연구하는 방법을 익히고 적용해보고 싶다 보니 의사과학자를 선택하게 됐다.”

박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명함이 두 개다. 신경과 교수이면서 임상약리학과 교수인 의사과학자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출신으로 의학적 전문성에 기반을 둬 과학기술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의약품 연구개발도 한다. 진료는 한 환자만 치료할 수 있지만 의학 연구는 전 세계의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진료의 경험을 의학 연구와 의약품 연구개발로 이어주는 존재가 의사과학자다.

박 교수는 의사과학자가 된 이유를 ‘거창한 목적보다는 솔직히 말해 제 욕심’이라고 표현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며 생긴 의문과 지식에 대한 갈증이 연구로 이어졌고,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욕망이 의사과학자의 길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동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체감하며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 방법론을 익히고 직접 실험실을 운영하게 됐다.

이러한 선택은 당시로써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부가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국가 의학 발전을 위해 의사과학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환자 치료가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의사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 교수는 “지금은 의사과학자를 지원하는 후배들이 점점 많아지고 제도도 개선되고 있지만 2016년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주변에서 ‘너 그거 왜 하느냐’, ‘(의사과학자 도전은) 인생 낭비’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회고했다. 학교조차 무관심했고 시스템도 미비해 제도적 기반 없이 오롯이 신념과 미래에 대한 비전 하나로 시작했다. 그는 ‘미래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중요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의 길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만큼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진료하면서 연구 실험실 운영도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시간 활용은 필수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처럼 연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연구하다가 진료하러 진료실로 달려가고 다시 또 연구실로 달려가는 일상이 계속된다. 그는 “이러한 이중생활 속에서 시간 관리와 집중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상 연구는 근무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논문 작성 등은 대부분 가족과 보내야 할 시간에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의 응원 속에 의사과학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박사과정 시절에도 이미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상태였지만 배우자와 가족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 또 연구자 본연의 기쁨과 임상의로서 환자가 회복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그는 “연구를 통해 작든 크든 성과가 나올 때 동료 연구자들과의 피드백이 오갈 때 진정한 만족과 성취감을 가진다”면서 “환자들이 못 걸어서 오셨는데 다음 진료 때 걸어오면서 ‘박 교수님 덕분에 나았다’ 이렇게 할 때 정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와 진료가 맞물릴 때 얻는 시너지를 직접 확인했을 때 그 희열이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환자 진료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사태 때문이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지금 사직하거나 휴학한 모습을 보면서 교수로서 굉장히 무한 책임을 느끼면서도 무력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그런 무기력함이 굉장히 가슴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박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고대안암병원)
그가 이렇게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는 이유는 후배들의 옆자리에 있어주지 못해서다. 그는 의정 갈등 이후 의학 교육 현장의 붕괴와 그로 인한 멘토십 기반의 육성 구조가 상실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교육 커리큘럼만으로는 ‘의사’라는 직업인의 성장을 이끌 수 없으며 10년간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적 성숙과 직업적 전문성이 동시에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단순히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저를 돌아봐도 진짜 좋은 멘토들을 많이 만났다. 그게 저의 가장 큰 운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의료계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 그중에서도 필수의료를 지원한 이들에게 ‘열정이 없는 사람’ 혹은 ‘남는 사람들이 가는 과’라는 낙인이 씌워지는 현실이 여러 사람의 노력조차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우려했다.

그는 “(의정갈등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실된 시간을 한 단계씩 복원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단기적인 대응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멘토링·양성 시스템의 재정비, 그리고 무엇보다 후학들의 열정을 되살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열정’과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심 어린 관심과 열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조그만 열정조차 ‘하지 마’라는 분위기로 인해 꺼져버리고 있지만 주변에서도 최대한 응원하며 도와줄 것이니 열정이 향하는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진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Vanderbilt Autonomic Dysfunction Center 박사후연구원 △고려대학교 의료원 안암병원 신경과 임상조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조교수 △미국 Vanderbilt University Medical Center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임상약리학과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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