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LG화학을 상대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제안을 내놨다. 팰리서캐피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LG화학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이사회 구성을 개선하고, 수익률을 지향하는 자본 배분 체계를 시행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장기적인 주가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팰리서는 저평가가 해소되면 주가가 세 배가량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소식이 알려지자 22일 LG화학 주가는 약 13% 급등했다. 팰리서는 LG화학 지분을 1% 이상 소유한 주주다.
팰리서의 제안은 지난 7~8월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통과된 뒤에 나온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명분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했고, 이 조항은 즉시 시행됐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바꾸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키우는 개정법률 등도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주주권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 정부와 행동주의 펀드는 한배를 탄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은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팰리서는 “현재 이사들은 경영 전문성과 자본 배분 경험이 부족한 학계 출신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사외이사들은 학계, 법조, 관료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거수기’ 비판을 받았다. 이는 독립적인 경영, 금융, 회계 전문가를 기용하는 선진국 기업들과 대조를 보인다. 팰리서 사례는 신호탄이다. 장차 외국계 펀드들이 상법 개정을 등에 업고 줄줄이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 상장사들은 지배구조 개선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야 하게 됐다.
다른 한편 정부와 여당은 ‘과속’을 경계해야 한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행동주의 펀드의 최종 목표는 단기 차익 실현에 있다. 전략적 장기투자엔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이 증시를 휘젓고 다니도록 판을 깔아주어선 곤란하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3차 개정도 서둘러선 곤란하다. 오히려 재계가 바라는 포이즌 필 등 방어권 보완이 시급하다. ‘코스피 5000’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