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500원대 고환율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1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들어 연말 1300원의 환율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잇따른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환전과 수출업체 달러 매도 등 수급 여건이 달라진 데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국내 성장세 개선까지 맞물린 결과다.
시장이 생각하는 적정 환율의 기준선이 내려가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대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결국 다시 오른다’는 기대에 달러를 사들이는 저가 매수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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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주간 거래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418.4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408.8원까지 내려가면서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환율 흐름을 단순한 단기 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은 7월 초 이후 6주 연속 하락했다. 최근 5년간 주간 기준으로 6주 연속 하락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중장기 추세가 바뀌는 신호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환율은 최근 5년간 형성해온 장기 상승 추세선 아래로 내려오기도 했다. 환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과거 변동폭의 하위 1%에 해당할 만큼 크게 낮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는 배경으로 금리와 성장률, 수급에서 변화를 손꼽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있는 데다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축소됐고 국내 성장세도 예상보다 견조하다.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둔화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1350원 수준까지도 열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1410원으로 예상한 하단을 추가로 하향할 계획”이라며 “달러 약세가 본격화하면 연말 1350원대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과매도에 따른 달러 저가매수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경상수지와 성장률, 긴축적인 통화정책 등을 감안하면 기본 방향은 하락”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환율 하락을 이끈 수급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SK하이닉스 환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었고, 최근 반도체와 조선 등 주요 수출기업들도 환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헤지와 달러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한 달간 환율이 160원 가까이 급락한 만큼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8월 말 이후에는 법인세 중간예납 등과 같은 기계적인 환전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달러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7월이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장세였다면 앞으로는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410~1470원 수준의 박스권을 예상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원화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환율 하락을 추세적인 움직임보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하락은 SK하이닉스 ADR 등 수급 영향이 컸다”며 “적정 환율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결국 다시 오른다는 심리는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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