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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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대통령실은 나토 회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 정치권과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참석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 취임 직후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통령님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 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대통령은 결국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위 실장은 “여타 정부 인사의 대참 여부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급변하는 중동 정세가 불참 결정의 주요 이유라고 지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최근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로 한반도가 받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처 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당부했다”면서 정부가 예의주시 중임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도널드 대통령 간의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일정을 변경하면서 회담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G7 회담 참석의 의미가 반감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G7 정상회의 직후 연속되는 해외 일정이 자칫 국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0% 성장률이 현실화된 가운데, 6월 장마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와 민생 회복, 외교·안보 현안 대응이 긴박한 상황에서 다자회의 참석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한미 간 관세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촉박해졌다는 점은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한미 양국은 현재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7월 8일을 앞두고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 국방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국방비 GDP 5% 지출’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나토 유럽 회원국들에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나토 정상회의 대신 한미 양국이 별도 장소와 형식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하게는 미국 순방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도 대통령의 나토 참석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외교적 우려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매번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은 NATO 회원국이 아니며, NATO는 군사동맹”이라며 “(G7과 같은) 가치 연대와 군사동맹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나토 회의 참석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