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2월 한국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한 가운데, 올 상반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 수출이 상당 부분 조정을 겪은 데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2월 한국 수출은 조업일수 개선에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나, 일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5.9% 급감해 2023년 8월 이후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15개 주력 품목 중 4개 품목만이 전년 대비 증가를 기록하는 등 상당히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단가 급락 속에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과거 반도체 수출은 한번 증가율로 전환하면 대개 2~3년간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이번 싸이클은 15개월만에 일단락됐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이 아직 잘 버텨주고 있지만 그 외 IT 수요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2월 17.7% 증가로 반등한 자동차 수출도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적인 수출 영향이 작용했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까 상승한 것도 수요 회복 보다는 관세 부과를 앞둔 선제적 조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과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하반기 이후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지난 2~3차례의 싸이클과 비교할 때 반도체 수출액은 이미 상당 부분 조정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다만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주요국들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수출 회복 시점은 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미 3개 분기째 0% 내외 성장에 그치고 있는 한국 경기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나빠질 위험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대내외 수요가 동시에 악화하고 있어 상반기 내내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