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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제 수장들은 미국 기업들의 부담 증가와 국제적 반발을 고려해 점진적인 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해 내부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관세 옹호론자이지만…강도와 속도에 이견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지명자 모두 기본적으로는 ‘관세 옹호론자’다. 이들은 모두 관세를 적극적인 경제·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분쟁이 다시 심화할 수 있고,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 조정이 미국 내 제조업 및 공급망 재편 전략과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러트닉 지명자 역시 관세를 협상 전술로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는 인물이다. 무역 협상과 국내 산업 보호를 총괄하면서 관세 정책의 ‘차르’(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트닉 지명자는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도 부여받았는데, 상무부의 관세부과 카드를 무기로 각국의 무역장벽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관세의 구체적인 밑그림은 미런 지명자가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해 12월 지명 직전인 11월 말 ‘글로벌 거래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가이드’ 보고서를 통해 관세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미런 지명자는 해당 보고서에서 즉각적인 관세 충격을 완화하게 위해 매월 2%씩 단계적으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적의 보편 관세율은 20%이고, 최대 50%까지 올려도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미런 지명자는 안보 및 무역 우호국에는 낮은 관세율을, 중국처럼 불공정 무역을 조장하는 국가에는 높은 관세율을 부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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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달러 약세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런 지명자는 보고서에서 관세를 인상하더라고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경우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플라자합의와 같은 ‘마러라고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를테면 무역파트너국가들에게 미국의 초장기 국채를 매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외국 정부가 미 국채를 매입하면,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달러 가치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런 지명자는 무역파트너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후, 이를 협상 도구로 활용해 마러라고 합의 체결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베센트 지명자는 강달러를 선호하고 있어 이 방안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마러라고 합의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때문에 기축통화로 활용되는 달러의 지위를 무너뜨릴 수 있다. 베센트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유지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