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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4분의 1씩 상속등기를 마친 뒤 각자 조합과 매매 합의를 하고 1억 7,700만 원씩 받았다. 35%를 받기로 돼 있던 자녀 한 명이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유언이 효력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는 유언대로라면 더 받았어야 할 돈을 형제 두 명에게 돌려달라는 청구도 추가했다.
1심은 유언장이 망인의 자필이고 법이 정한 형식도 갖췄다고 인정하면서도, 망인이 부동산을 팔아 유언을 철회했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망인이 유언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를 했고, 두 차례 매매계약을 맺으면서도 매매대금에 관해 유언을 고치거나 새로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2026년 6월 24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주목한 사정은 이렇다. 매매대금은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바뀐 재산이다. 망인이 유언장을 쓴 것은 조합 설립인가 약 10개월 전으로, 당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고 매매계약을 맺지 않는 소유자는 매도청구를 받을 수 있었다. 망인은 유언장을 쓸 때 이미 자녀들이 부동산 대신 매매대금을 상속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망인이 대금을 병원비 등 개인 용도로 쓰거나 남에게 주려 한 사정도 찾을 수 없었다. 대법원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망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그 매매대금에 관하여 별도로 유언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법에는 유증 목적물이 멸실·훼손돼 생긴 손해배상청구권을 유증의 목적으로 보는 규정(제1083조)은 있지만, 유언자가 스스로 목적물을 판 경우를 정한 규정은 없다. 원심은 매도라는 사실을 곧 철회로 보았고, 대법원은 매도에 담긴 유언자의 의사를 따졌다. 유언의 철회는 결국 유언자의 의사 문제다. 대법원의 판단은 1998년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재개발이나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처럼 머지않아 팔릴 수 있는 부동산을 유언으로 나누려 한다면, 팔렸을 때 매매대금도 같은 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유언을 남긴 뒤 부동산을 판다면 그 대금에 관한 유언을 새로 정리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 사건 자녀들은 2020년부터 이 문제로 소송을 이어 가고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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