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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영국은 이번 제재의 초점을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비공식 유조선 집단과 제재 회피를 도운 금융 네트워크에 맞췄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피해 석유를 수출하는 데 활용돼온 구조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휴전을 압박하기 위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며 “지금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EU와 영국은 주요 7개국(G7)이 설정한 배럴당 60달러 가격 상한제를 더욱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제재는 효과가 있다. 전쟁 가해자들이 이를 체감하도록 도와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미국도 제재에 동참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미국이 계속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통화 후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추가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기존의 ‘30일 무조건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전쟁을 24시간 내 끝내겠다”던 과거 발언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는 유럽 동맹국들과 우크라이나에 실망감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즉각적인 휴전을 거부했음에도 압박을 가할 새로운 제재를 내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고, 협상의 기회를 해칠 수 있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즉각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러시아는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는 휴전이 아닌 ‘평화각서’에 초점을 맞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 철회, 영토 양도 등을 요구하는 상태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지난 16일 3년여 만에 러시아와 첫 직접 협상을 가졌지만,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들이 ‘수용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푸틴이 실질적인 양보를 얻은 것은 없다”며 “기존 미국의 대러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제재를 위협하면 러시아가 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대화 테이블에 붙잡아두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평화 협상이 진전없다면 대러시아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의 동참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푸틴이 제국주의적 망상에서 깨어나도록 압박하자”고 했고, 데이비드 램미 영국 외무장관은 “평화가 지연될수록 우리는 제재를 통해 푸틴의 전쟁 기계를 약화시키는 데 더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러시아는 어떤 최후통첩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평화 양해각서 작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은 이제 키이우에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