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건은 원고가 배우자와 합쳐 이미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명백히 조합원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5월경 한 지역주택조합과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까지 납입한 후, 뒤늦게 이러한 자격 미달 사실을 근거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납입한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은 1심,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각 심급마다 판단이 엇갈리며 법적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
따라서 설령 원고가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조합이 서로 짜고(통정하여) 이러한 단속규정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려 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그 계약 자체가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자격 미비 사실만으로는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항소심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 체결 당시부터 객관적으로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원시적 불능’ 상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한, 조합원 자격에 관한 구 주택법령 규정은 당사자가 임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성을 지닌다고 보아,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설시했다. 피고 조합 측에서 원고가 자격 요건을 갖춘 것처럼 확인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하였으므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계약서상 위약금 공제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항변했으나, 항소심은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인 이상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결을 다시 한번 뒤집어 파기 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령 규정의 성격에 대한 기존의 확립된 법리를 재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즉, 해당 규정들은 조합의 공공성 확보와 투기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적 차원의 단속규정일 뿐, 이를 위반한 사법상 계약의 효력까지 곧바로 부정하는 효력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이러한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이러한 통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시 단순히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할 정도의 명백한 ‘통정’이 없는 한 일단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조합원 가입을 희망하는 수요자에게는 계약 체결 전 자격 요건의 신중한 확인 책임을,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게는 계약의 안정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향후 유사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