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125조원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계획보다 8조2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이처럼 언급한 것은 관세 협상 타결의 대가로 내년 이후 이어질 ‘역대급’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주요 제조시설들이 해외로 옮겨가면 지역경제, 고용시장 등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미리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 등 10대 제조업의 투자 실적은 11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이다. 올해의 경우 119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설비투자가 줄면 경제성장률에 곧바로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구조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이 대통령은 이날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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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무려 450조원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 그 중심은 반도체다.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그동안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의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AI 시대 들어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평택사업장은 1단지(55만평)와 2단지(32만평)로 구성돼 있고, 1단지에 4개 라인이 구축돼 있다. P5 착공은 ‘평택 2단지 시대’의 개막을 뜻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급증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때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최첨단 메모리·시스템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2024년 439억달러에서 2030년 15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 메모리 역시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일 정도로 공급 부족이 확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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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지역 거점 투자를 늘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SDS가 추진하는 전남 국가컴퓨팅센터와 구미 AI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글로벌 AI G3 목표를 뒷받침한다는 복안이다.
이외에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수를 완료한 플랙트그룹의 국내 생산라인 건립을 추진 중이다. 광주가 유력 후보지다. 삼성SDI는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국내 생산 거점을 추진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로는 울산 사업장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구축 중인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에서 내년부터 제품을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당시 기존 계획(2025~2029년 116조원)보다 8조2000억원 늘린 규모다. 사상 최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근원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며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AI,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50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게 첫손에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AI 역량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PB(페타바이트)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또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한다.
SK그룹도 국내 투자 의지를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원래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는데,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용인 클러스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생산 거점이다. 그런데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공정 첨단화로 인해 당초 계획 대비 투자 규모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고용을 두고서도 “매년 8000명 이상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1만4000~2만명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가운데 60%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혔다. 여승주 부회장은 “미국 조선시장 투자는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5년간 15조원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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