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연령별 대표부터 프로 무대까지 송범근(전북 현대)은 주전 장갑이 익숙했다. 그런 그가 넘버 투도 아닌 넘버 스리로 밀리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다.
 | | 송범근(전북 현대). 사진=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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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범근(전북 현대). 사진=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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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된 송범근 앞에는 거대한 산이 여럿 버티고 있었다. 그중 현재까지 함께 경쟁하는 건 김승규(FC도쿄)와 조현우(울산HD)다. 두 선수는 각각 2022 카타르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을 뽐냈기에 송범근이 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대표팀에서 송범근은 넘버 3로 굳혀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송범근이 대표팀 골문을 지킨 건 2022년 7월 24일 홍콩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단 한 차례였다. 그랬던 송범근이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전에 주전 장갑을 꼈다. 약 3년 4개월 만에 A매치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송범근은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에 나선 티가 나지 않았다. 안정적인 경기력과 선방 능력을 뽐내며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후반 39분에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문전에서 상대 슈팅을 막아내는 반사 신경을 선보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송범근은 “서울에서 경기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무실점으로 잘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도와준 동료 선수들에게도 진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 |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골키퍼 송범근이 공을 잡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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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기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고, 앞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도 있었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에 정말 간절하게 다 막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송범근의 경기력에 “굉장히 좋았다”며 “대표팀이라서 잘한 게 아니라 올 시즌 소속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고 칭찬했다. 홍 감독의 말처럼 송범근은 리그 36경기에서 31실점으로 0점대 실점률을 기록 중이다. 무실점 경기는 14차례나 된다. K리그1 최고 골키퍼로 베스트 11 수상까지 유력한 상황이다.
경기 전날 출전 소식을 들은 송범근은 “감독님께서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출전할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며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셨으나 경기장에서 해야 할 몫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 | 송범근(전북 현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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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근은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무실점 경기를 해냈다. 그는 “실점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지만 이제 또 시작이라는 생각”이라며 “더 발전해야 할 부분도 있고 더 좋아져야 할 부분도 많으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만 오면 넘버 스리가 되는 송범근은 계속해서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았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회상했다. 그는 “처음엔 세 번째가 지속되니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하다 보니 이런 기회도 왔다”며 “아시안게임 때부터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이제 그런 이미지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리그 최고 골키퍼로 인정받고 A매치까지 치른 2025년은 송범근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에 경기 들어가기 전 뭉클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가족들도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기다려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