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나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아직까지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에서 벌어졌던 여러 파열음이 ‘민주당 악재’를 가려준 덕분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의 좌충우돌이 민주당의 막무가내를 가려준다고 한탄했다.
이러다보니 양강 구도는 커녕 3위 완주가 최선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예전 대선 때 볼 수 있었던 팽팽한 긴장감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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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도 ‘이재명 독재자론’을 주창하고 있다. 유세 때는 물론 공식적인 회의 때도 늘 강조한다. 15일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는 검수완박, 감사원장 탄핵,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등을 거론하며 “자신을 막는 자를 제거하고 법까지 바꾸려는 자가 민주주의를 외친다니, 이런 독재자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식의 위기론도 꺼냈다.
그 자기모순적 상황의 중심에는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 지난 12월 3일 그가 시도했던 평시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그게 바로 ‘독재의 시작’ 아니던가.
김문수 후보는 이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못한 채, 옹호하는 모습이다. 사상 초유의 ‘평시 계엄’을 발동한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상대 후보를 ‘미래 독재자’로 비판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은 떨어진다. 지금의 지지율 격차는 단순한 ‘열세’가 아니라 ‘구도의 실패’이자 ‘김 후보 본인이 갖고 있는 딜레마’의 결과다.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하는 순간 ‘과거의 김문수’를 부정하게 된다.
지금 상황만 보면 김 후보나 국민의힘이나 답이 없어 보인다. 지난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도 윤석열의 그림자가 국민의힘 한 켠에 드리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