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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조합원들은 새로 지을 아파트를 공급받기로 하고 조합가입계약을 맺었다. 동·호수는 사업계획승인 뒤 공개추첨으로 정하기로 했고, 분담금 총액은 배정받는 층에 따라 달랐다. 1층이 가장 싸고 기준층(4층 이상)이 가장 비싸다. 층이 달라도 계약금과 중도금은 같고 잔금 액수만 차이가 났다. 계약서와 조합규약에는 조합원 자격을 잃거나 탈퇴하면 ‘조합원분담금 총 약정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떼고 환불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조합은 2015년 12월 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사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자, 여러 조합원이 계약금도 다 내지 않은 채 세대주 지위를 넘기거나 집을 사는 방법으로 자격을 상실했다. 조합은 이들을 상대로 밀린 분담금과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사업계획승인은 소송이 진행되던 2024년 4월에야 났다.
항소심은 두 가지 쟁점에서 조합원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했다. 먼저 동·호수 배정 전에는 분담금 총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니, 뜻이 불분명한 약관은 그것을 제시받은 고객(여기서는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위약금의 기준 금액을 ‘자격 상실 당시 이미 낼 때가 된 분담금’으로 좁혀 잡았다. 나아가 설립인가 후 3년 안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그 뒤에 나간 조합원에게는 아예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둘째, 위약금을 면하려면 조합원이 자기에게 책임 없는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성격상 지연이 흔하고 이 사업은 늦게나마 승인까지 받아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항소심이 근거로 삼은 주택법 제14조의2는 3년 안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열어 해산 여부를 결정하라는 조항이지 3년이 지나면 위약금 책임을 면해준다는 조항이 아니다. 대법원은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위약금이 면제된다면 조합원 이탈이 늘어 사업 실패를 부르고 그 피해가 남아 있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지적했다.
뜻이 불분명한 약관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읽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그 원칙이 위약금을 사실상 없애는 해석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유리한 해석도 계약이 정해 둔 선택지에서 가장 낮은 금액까지만 고를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후 오래 기다렸다고 위약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탈퇴 전에 위약금부터 꼭 확인하자.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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