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자보수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보험회사가 약관 조항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보험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했더라도, 보험기간 내에 하자보수를 청구해야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별약관 조항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며, 보험 가입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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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렇다. 주택의 건축주 F는 2016년 12월 28일 피고(보험회사)와 하자보수보증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단 구성 시 피보험자 권리 자동 승계’라는 특약과 함께 ‘보험기간 만료 전까지 피보험자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가 없는 경우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특별약관(제3조)이 포함돼 있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모두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2023다298892)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보험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했다면, 보험기간이 종료된 후에 하자보수 청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이는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하자발생기간’을 의미하며, 따라서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보험기간 종료 후라도 보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불공정 약관으로부터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하자보수보증보험의 실효성을 제고했다는 점이다. 둘째 보험업계에 불공정 약관 사용 관행을 개선하고, 약관 작성 시 신의성실 원칙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셋째 향후 유사한 하자보수보증보험 분쟁에서 중요한 판례로 작용해 소비자들이 불공정 약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넷째 공동주택관리법과 약관법의 조화로운 해석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한층 더 강화했다는 점이다.
본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소비자들은 하자보수보증보험 가입 시 약관 내용을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특별약관에 ‘보험기간 내 하자보수 청구’와 같이 보험금 지급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약 보험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했다면 즉시 사진·동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내용증명 등을 통해 사업 주체에게 하자 보수를 청구하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유리하다. 보험회사가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불공정 약관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권리 구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