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코스닥시장이 극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유상증자나 외자유치를 결의했다가 실패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 썼다가 주가 하락으로 담보물량이 출회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 유상증자 실패 속출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3자 배정은 투자의사를 밝힌 특정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반 투자자나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상증자는 투자자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한국스템셀(032050)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1000만주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하고 지난달 19일과 20일 청약을 받았다. 그러나 단 한주에 대해서도 청약이 이뤄지지 않아 실패했다.
포이보스(038810)도 332만5490주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6월24일과 25일 공모청약을 실시했으나 역시 전량 청약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지난 5일 할인율을 지난번 15%에서 29.5%로 대폭 확대해 332만5275주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다시 결의, 오는 9일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스닥등록기업 한 관계자는 "주금 허위납입 등으로 3자배정 방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까다로워진데다 시장 침체로 일반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도 어려워진 상태"라며 "할인율을 높여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외자유치도 산 넘어 산
외자유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외자유치 성사 단계까지 갔다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발행가 인하를 둘러싼 마찰이 생가면서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우주통신(054080)은 지난 5월7일 미국 싸이맥스를 대상으로 1300만달러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네차례나 연기한 끝에 지난 1일 결국 당초 계획을 취소했다. 이유는 주가 급락.
우주통신은 "싸이맥스측이 최근 주가 하락을 이유로 발행가액 인하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3자배정 증자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지니웍스(036600)는 지난 3월17일 미국 워싱턴글로벌펀드로부터 3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실사기간이 연기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두달만인 5월18일 투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로토토(044370) 역시 대만 매직 디지털사 및 홍콩 밀리언스타 등과 외자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4월과 5월 차례로 협상을 중단했다.
오랫동안 외자유치를 추진해왔으나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엔바이오테크(047940)는 지난해 10월14일 외자유치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이후 지난달까지 9개월이 되도록 매달 "프랑스 국적의 투자사와 협의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재공시해오고 있다.
그동안 시간도 많이 지체됐지만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외자유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SLS캐피탈(021880)(옛 신보캐피탈)도 지난해 10월15일 외자유치 조회공시 이후 "추진중"이라는 답에서 진전된 사항이 없다.
부도로 등록취소돼 정리매매중인
텔슨전자(027350) 역시 지난 6월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고 밝힌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고리사채 시장 기웃..탈나기도
이처럼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주식을 담보로 고리 사채를 썼다가 탈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최근
그로웰텔레콤(035780)과
그로웰메탈(070080),
그로웰전자(009220)는 최대주주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전량 장내에서 처분되면서 주인없는 회사로 전락했다. 담보로 제공한 3사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담보가치가 하락하자 담보권자가 반대매매한 것.
그로웰그룹 박훈서 사장은 "작년초부터 은행권이 무차별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선 가운데 코스닥시장 붕괴로 자기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실정이었다"며 "은행권 대출금 변제와 사업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는 결국 고리의 사채시장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우주통신의 경우에도 최근 최대주주 지분 일부가 담보로 제공됐으나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주통신 관계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일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전량 반대매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보로 제공된 지분은 10% 안팎인 것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제일컴테크(037550)도 최대주주인 신현직 이사가 276만주를 미래스톡컨설팅에 담보로 제공하고 12억원을 차입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자 미래스톡컨설팅은 담보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중 일부를 실제 매도했다. 이후 경영권 및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둘러싸고 분쟁을 겪고 있다.
코스닥 등록법인 한 관계자는 "제도 금융권 역시 신규 대출은 커녕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기에 바쁘고 시장에서의 자기자금 조달도 거의 불가능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경영인은 "경기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마저 어려워 요즘같은 때에는 기업을 경영할 의욕이 전혀 안 생긴다"며 한숨지었다.